▲배추는 영하 3~5도에도 견디며, 찬서리를 맞으면 얼었다 풀렸다를 반복하면서 단단해지고 쉽게 짓물러지지 않는 김치가 된다.
오창균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날씨가 하루하루 추워지는 가운데 텃밭에 남겨진 작물들을 걱정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김장하는 날에 맞춰서 작물을 수확하기 때문에 이른 추위에 밭에 남겨둔 배추와 무 등 김장 작물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몇 년간의 경험에 의하면 배추는 영하 3~5도에도 냉해 피해를 입지 않는다. 오히려 적당한 추위는 부드러운 섬유질의 세포 조직을 단단하게 해준다. 약간은 거친 맛이 생길 수도 있지만 짓무르지 않는 탱탱한 김치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무는 다르다. 무는 수분이 많은 채소기 때문에 영하로 내려가면 얼고 바람이 들어서 맛이 떨어진다. 영하의 날씨가 며칠간 지속된다면 보온 비닐을 덮어주거나 수확 후에 무청(잎)을 떼어내고 서늘한 곳에 보관을 하는 게 좋다.
겨울 추위를 걱정해야 하는 것은 김장 작물보다는 가을에 수확한 고구마 같은 뿌리작물들이다. 추위에 얼지 않도록 보관을 잘한다면 다음해 봄까지 먹을 수도 있고, 다시 작물을 키우는 데 쓰일 종자로 삼을 수도 있다.
겨울잠 자는 휴면작물 봄까지 보관하기뿌리작물은 겨울 동안 휴면 상태(동물의 겨울잠과 같은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를 거쳐 봄이 되면 싹을 틔우려고 잠에서 깨어난다. 그 기간에 저온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온도 변화가 들쑥날쑥해지면 작물은 불면증을 겪는 것처럼 휴면을 취하지 못해 썩거나 불량종자가 된다. 고구마를 냉장고에 보관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냉장고 문을 여닫으니 온도를 유지할 수 없다.
고구마·야콘·생강·토란과 같은 뿌리작물을 실내에서 손쉽게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주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스티로폼 박스만 있으면 된다. 박스는 두껍고 크면 좋다. 작물이 휴면을 하는 동안 호흡을 할 수 있도록 박스에 새끼손가락만한 구멍을 몇 개 만들어주자. 그리고 박스 안에는 보온력을 높일 수 있는 볏짚이나 왕겨를 깔아주거나 신문지와 같은 종이를 상처가 없거나 적은 작물들과 함께 넣어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