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문을 위원장에게 제출한 뒤 돌아서고 있다.
남소연
[2신 : 11일 오후 8시 23분] "공부하고 오세요" 황찬현은 제2의 '까먹 진숙'?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답변하기 곤란하다."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의 업무파악 점수는 낙제점이었다. 황찬현 후보자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감사원의 직무감찰 내용이나 양건 전 감사원장의 사퇴 이유를 묻는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에 대한 사상·능력 검증 자리다, '모르겠다'고 하면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고, 같은 당 김기식 의원은 "공부를 하고 오시라"며 호통을 쳤다.
황 후보자의 답변 태도에서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그는 지난 4월 인사청문회 당시 해양수산부 업무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인사청문회에 임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은 "전부 모르면 여기 뭐 하러 오셨어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까먹 진숙'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는 인사청문회 뒤 사과했다.
"국정원 직무감찰 하겠느냐" - "재판에 계류 중이라"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황찬현 후보자를 상대로 "국정원은 대선에 개입해 5만5000건의 트위터 글을 날렸다, 남재준 국정원장도 2600여 건에 대해 인정했다"면서 "(국정원 직원들을) 직무감찰규정에 따라 직무감찰을 하겠느냐"고 물었다. 황 후보자는 "재판에 계류된 사건에 대한 직무감찰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김기식 의원은 론스타, 4대강 입찰담합, 원전비리, 저축은행 부실 사건 등 검찰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를 한 사례를 열거하면서 "무슨 감사를 못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황 후보자는 "과거 감사원의 직무·회계 감찰에 대해 제가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황 후보자의 '모르쇠' 답변에 뿔난 김기식 의원은 "사전에 질의했는데 알 수 없는 사안이라고 할 수 있느냐, 후보자 채용면접을 보고 있는 것"이라면서 "원전비리 때문에 감사를 뽑겠다고 하는데 원전비리를 어떻게 없애겠느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하면 어떻게 뽑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업무파악을 못한 것이냐,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것이냐"고 묻자, 황 후보자는 "청와대 눈치를 본다는 말씀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이 "법을 위반하면 징계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재차 묻자, 그제야 황찬현 후보자는 "국정원은 직무감찰 범위가 맞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황 후보자는 양건 전 감사원장 사퇴에 대해서도 '모르쇠' 답변으로 일관했다.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이 관련 질문에 황 후보자는 "개인적인 영역인 것 같아서 알 수 없지만 안타깝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 의원이 "양 전 원장은 '외풍'과 '역류'를 언급했다, 뭐라고 보고 받았느냐"고 묻자, 황 후보자는 "따로 보고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재차 묻자 "감사원 직원으로부터 청문회 준비에 필요한 수준에서 보고 받는다"고 답이 돌아왔다.
"자원입대할 생각 있느냐" - "그럴 생각 있다" 황찬현 후보자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한 반면, '마산 라인' 낙하산 의혹과 친재벌 판결에 대해서는 적극 반박했다.
그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저는 마산중학교를 같이 졸업했다, 그러나 비서실장과 저 사이에 사적인 교류나 만남은 일체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홍경식 민정수석과도 마산중학교를 같이 나온 인연이 있다, 평소에 연락하거나 만나지 않고 법조인 모임에서 어쩌다가 만나서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사이"라고 강조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이 SK텔레콤, 롯데건설 관련 판결을 언급하며 친재벌 성향의 판사라고 비판하자, 황 후보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재벌에 유리한 판결만으로 (감사원장) 자격이 없다고 볼 수 있는지 상당한 의문이 있다"면서 "구체적인 사건마다 그렇게 판결이 날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황 후보자는 병역 면제 의혹에 대해서는 적극 반박했다. 강동원 의원(무소속)은 황 후보가가 1977년 7월 신체검사 때 '좌우 시력 0.1'로 현역병 대상이었지만, 한 달 뒤에는 '좌우 시력 0.05'의 고도근시 사유로 군 면제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황 후보자는 적극 반박하며 근시에 의한 병역 면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병역을 이행하지 못한 데 고개를 숙였다. 황 후보자는 "대한민국 남성의 한 사람으로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어떤 이유든 이행 못한 것은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이 "가능하다면 자원입대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황 후보자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