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아이들산 위에 있는 호수와 아이들
이근승
사메에 도착하니, 봄보로 데려다 줄 지프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뒷자리에 무려 여덟 명이 탔습니다.
이윽고 차는 출발하고. 정신없이 산허리를 휘돌아 나가는데, 이내 멀미가 나고, 마을 사람들의 입 냄새를 견디다 못해 우리 모두 다 지붕 위로 올라 가 버리고. 행여 차에서 떨어질라 여기저기 살펴주는 차장만이 괴로운 길입니다.
봄보에 도착했습니다. 비가 오는군요. 서늘한 냉기가 바지 섶 사이로 스며듭니다. 찻집에 들렀습니다. 차 한 잔에 만다지 한 개. 그리고 20실링(우리나라 20원이 안되는 돈)짜리 바나나 한 개.
20실링. 삶의 애잔함, 살아간다는 것의 그 보잘 것 없음, 그래서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는 운명의 모순. 나는 비 오는 날, 이 가난한 찻집에 앉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