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허선사 유묵
이상기
경허스님의 유품으로는 친필이 두 점 남아 있다. 하나는 무이당(無二堂)이라는 글씨고, 다른 하나는 심우도(尋牛圖) 6곡 병풍의 글씨다. 무이당은 <법화경>의 무이역무삼(無二亦無三)에서 따온 말이다. 성불에 이르는 길은 오직 하나 뿐이요, 둘도 셋도 없음을 뜻한다. 오직 하나뿐인 깨달음을 향해 매진하는 수행자의 굳은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심우도는 소를 찾는 수행의 10단계를 표현한 그림이다.
이곳 6곡 병풍에는 그 중 6단계만이 표현되어 있다. 제1심우(尋牛·동자가 소를 찾아 산속을 헤매다), 제2견적(見跡·소의 발자국을 찾다), 제3견우(見牛·소를 발견한다), 제4득우(得牛·소를 붙잡다), 제5목우(牧牛·소를 길들이다), 제6기우귀가(騎牛歸家·소를 타고 본래의 고향으로 돌아오다), 그리고 매 단계마다 그림 위에 경허선사의 해설을 써 넣었다.
그 해설은 심우에 대한 선사의 견해고 해석이다. 매 단계의 끝에는 8자로 된 경구가 적혀 있다. 제3견우의 마지막 부분에서 '남산북수일반불봉(南山北水一返不逢)'이라는 글자를 확인할 수 있다. '남산과 북수는 한 번 헤어지면 다시 만날 수 없다'는 뜻이다. 모든 게 때가 있음을 표현한 말이다. 제2견적에서는 강남풍월이라는 글자를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 내부의 조도가 낮아 글자를 모두 읽어낼 수 없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만공스님의 거문고와 세계일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