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기 코끼리는 짝발에다가 외문박이이며 콧잔등이에 상처까지 가졌다.
이안수
우리는 이 미숙한 아기 코끼리를 함께 좋아하게 된 이유도 같았습니다.
서툴고 모자라는 것이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아기 코끼리 한 마리씩을 간직하고 살지 않나 싶었습니다. 두 다리는 멀쩡하지만 항상 바르게 걸어가지 못할 때가 많고, 두 눈을 가졌으되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흉터 하나 없는 매끈한 얼굴을 가졌지만 상처투성이의 마음이 내 안에 함께 살고 있기도 하니까요.
저는 이 용기 있는 두 자매들과 숨김없는 방황과 극복의 얘기들을 나누고 나서 하룻밤 사이에 제가 훌쩍 커버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두 사람에게 사진이라도 찍어주고 싶은 마음이 일었습니다. 서로 등 기대면서, 혹은 손내밀어주면서 함께 걸어온 시간들이었지만 이제 두 가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카메라 앞에 두 사람을 세우자 은혜와 은총 자매는 다소곳한 예쁜 모습의 포즈대신 함께 두 팔 벌려 비행하는 갈매기의 모습으로 포즈를 바꾸었습니다.
작별을 하면서 은혜씨가 말했습니다.
"어젯밤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자매가 이름대로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은혜 받고, 은총 입고, 복 받으면서……. 은복이도 함께 왔으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다음번에는 꼭 은복이와 함께 올게요."
#4
11월 초, 은혜 씨로부터 불쑥 메일을 받았습니다.
선생님, 은혜입니다^^
선생님을 뵌 지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가네요^^건강히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저와 아기는 매우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은총이와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귀한 사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개인메일을 최근에 확인을 잘 못하다 이제야 열었습니다.답신이 늦어져서 죄송해요^^;;저는 헤이리에 다녀온 후 긍정에너지를 더욱 충전해서~저녁마다 남편과 한강을 따라 산책을 하고 있는데요,지난 달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자면...2주일간 같은 시간대 같은 장소를 산책하면서초승달이 보름달로 변해가는 과정을 눈으로 관찰한 것입니다.말 그대로 "달이 차오른다"는 것을 목도하며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감동이 참 깊은 여운으로 남아있습니다. 어린 시절 과학시간에 분명 사진으로 보고 교과서를 통해 배웠을 테지만,직접 눈으로 보고 그 아름다움을 체험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뱃속의 아기가 꿈틀하고 움직일 때 마다 그 심장박동이 느껴질 때마다생명의 신비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요즘, 같은 장소 같은 풍경도 전혀 다른 감동으로 다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결국, 모든 것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의미를 부여하여 가치를 발견하는가 겠지요^^ 선생님과 모티프원을 통해 경험한 헤이리 역시 이전에 제가 알던 헤이리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행복을 마음속에 품으며 건강한 출산을 준비하겠습니다.선생님도 모티프원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치유와 쉼, 행복과 감사의 풍성한 에너지를 나누시며 따뜻한 겨울 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감사합니다.박은혜 드림
저는 은혜씨의 반가운 메일을 읽고 청소년 가장으로 살아남아야했던 세 남매의 협력과 극복 그리고 조화의 행복을 다시 음미해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11살에 아빠, 19살에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