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흠 선생(1923년 경북 영일 출생)
박도
들어보소 장관님!
내가 가진 국적 <조선>은요이북의 국적도 아니고이남의 국적도 아니라오
나의 국적 조선은 <단군민족>의 표증이고또 하나는요칠천만 민족이 바라는통일조국의 국적이랍니다사람 사는 세상에이런 지당한 국적이 왜 통하지 않는지요대답을 주세요. 현명하신 장관님!말은 곧 혼이다내 양심으로는 뭐라고 답을 할 수 없는 노시인의 울부짖음이시다. 최근 나는 이런저런 일로 해외나들이를 하는 동안, 뜻밖에도 먼 이국땅에서 우리 문화의 원형을 발견하고 감동한 적이 많았다. 중국 헤이룽장성 한 마을에서 우리말과 민속놀이의 원형을 보고, 일본 도쿄의 거리에서 한복의 행렬을 보고, 엘에이 거리에서 사물놀이 행렬을 보았다. 지구촌 곳곳에 그래도 우리 민족혼이 잠복함을 확인하고 매우 흐뭇했다.
하지만 정작 우리 땅에서는 사대 광풍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그동안 일부 사대주의자에 국한된 이 열풍이 이제는 도시농촌, 계층 간의 구분도 없이 몰아쳐 초등학교에서조차 원어민 교사들이 활개를 치고, 아니 유아원까지 영어 몰입교육으로, 방학이면 미국과 캐나다, 유럽은 물론 가까운 필리핀이라도 다녀올 정도다.
말은 곧 혼이다. 이러다가 우리의 정체성을 잃을까 염려스럽다. 나라의 지도자라도 중심을 잡아주면 좋으련만 해외순방 때마다 외국어를 남발하고 있다. 이런 잘못된 점을 따끔하게 지적해야 할 언론조차도 한 술 더 떠 발음이 좋다는 둥 오히려 더 부추기는 꼴불견을 보이는 이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