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문화예술촌100년 된 농협 창고다
김수종
사실 나는 삼례문화예술촌을 방문하는 순간, 예전에 갔던 일본 북해도 북쪽의 항구, 상업도시이자 이와이 슌지(岩井 俊二)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로 알려진 오타루(小樽)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 오타루는 1872년 건설된 상업항구로 북해도 개척의 가교역할을 했던 곳이다. 이후 1880년 삿포로까지 철도가 개통되어 급속히 발전하였으며, 지금도 러시아의 사할린, 연해주와의 교역이 성한 곳이다.
현재는 인구 13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지만, 겨울철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로 활기차다. 개척 초기인 메이지 말기에 지어진 서양식 건축물들이 잘 보존돼 있어 뛰어난 자연환경과 함께 관광지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오타루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곳은 운하를 중심으로 한 옛 건물들과 창고를 둘러보는 일이다. 항구도시에 상업도시로 출발한 오타루는 어민들이 해산물을 잡아서 들어오면 650M의 긴 운하를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진 창고에 물고기를 저장하는 일부터 했다고 한다. 물론 러시아의 수출입으로 많은 농·공산품도 이곳 창고에 저장되었다.
현재도 상업·어업도시이기는 하지만 물류 보관상 창고의 쓸모가 거의 없어진 상황이라 창고를 개조하여 식당, 갤러리, 베이커리, 커피 숍, 선물 용품점 등으로 바꾸어 쓰고 있다. 또, 그 활용이 줄어든 운하도 일부는 복원하여 도로로 사용하고 있었다.
운하를 중심으로 역사적인 서양식 석조건물과 조각품들이 전개되어 있고, 63개의 가스등이 늘어져 있어 연인들이 즐겨 찾는 산책로가 되어 있다. 일본의 다른 지역인 요코하마나 북해도의 하코다테 등지에서도 창고를 개조하여 다양한 활용을 하는 곳을 보았지만, 오타루의 모습은 규모나 모양, 쓰임새 등에서 과히 장관이다.
운하를 중심으로 길게 조성되어 있던 창고를 대부분 개조하여 새로운 관광 명소에 상업지구로 만들었고,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도록 편한 동선(動線)으로 새롭게 구조를 개선한 것도 특이했다.
도시 전체를 마치 유럽의 어느 시골 마을과 일본의 소도시를 혼합하여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꾸몄다. 곳곳에 지극히 일본적인 냄새가 나는 선술집, 아이스크림 가게, 카페테리아, 유리 공예점, 오르골(orgel, music box)전시장을 만들어 독특함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