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핀 주남저수지의 둑길은 추억의 길이다.
임현철
해가 뉘엿뉘엿 산자락을 넘을 무렵, 방으로 나비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갈 길 잃은 나비임이 분명했다. 왜 그랬을까. 나비를 보자, 장자의 나비의 꿈(호접지몽 胡蝶之夢)이 떠올랐다. 그리고 가당찮게 '장자는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세상을 즐겼지만 난 현실에서 나비가 되어 놀아 보자'란 생각을 했다.
나비는 방 안 창문틀 주변을 날면서 쉴 곳을 찾고 있었다. 호흡을 골랐다. 잡생각을 멈췄다. 그리고 나비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생각이 집중되지 않았다. 가부좌를 틀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천천히 우주와 하나, 물아일체 속으로 빠져 들었다.
'길을 잃었니? 외로워서 왔니? 이리 와 친구 되어 줄게!'
몇 번이나 텔레파시를 보낸 후에야 나비가 움직였다. 나비의 날개 짓이 유유자적 허공을 가르는 온화한 천사의 비행처럼 비춰졌다. 그러나 나비는 쉬 마음을 내어주지 않았다. 나비가 멈춘 곳은 내 머리 위에 있던 옷걸이였다. 나비는 '저 인간에게 가도 안전할까?' 탐색 중이었다. 큰 숨을 내 쉰 후, 호흡을 멈추었다. 그러자 나비가 내 어깨에 와 앉았다.
손바닥을 폈다. 나비가 사뿐히 손 위에 앉았다. 감동이었다. 묵언. 나비에게 작별을 고하며 갈 길을 일러 주었다. 나비가 방안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이때까지 걸린 현실 속에서의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었다. 정신세계에선 찰나요, 영겁의 시간이었겠지만….
이 사건 후, 자연과 하나 될 틈이 없었다. 다만 하나 되려는 노력은 간간히 했었다. 그러나 진정성은 찾기 어려웠고, 마음뿐이었다. 세상에 물든 한 인간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나비와 나눈 무언의 대화는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제목, '이렇게 버리시면 아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