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매거진 2580>을 통해 당시 박근혜 후보는 측근인 이춘상 보좌관 (지난 대선에서 사망)의 입을 통해 "당시 청와대에서 유묵을 가지고 나온 일 자체가 없다"고 해명했다.
MBC
이러한 해명을 접한 안도현 시인은 박근혜 당시 의원의 해명을 믿고 있는 상태에서 제기되는 의문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도 없고, 너무나도 간단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느끼던 참이었다. '소장자 박근혜'에 관한 너무나도 많은 의혹이 해명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집권 새누리당의 후보로 출마한 것이다. 당선이 가장 유력시되는 후보가 국가의 문화재인 보물의 행방에 관한 의혹의 핵심 당사자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중차대한 의문에 박근혜 후보가 당연히 해명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여 위 트윗을 트위터에 올리게 된 것이다.
6. 언론이 하도 법리, 법리 하니 이제부터 법리를 살펴보자. 조금 어려울 수 있겠다.
법리의 첫째는 안도현 시인의 트윗이 허위의 사실에 기초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법정에서 변론은 1)허위사실 공표의 법리, 2)대법원의 판례, 3)이 사건의 경우 허위사실 공표죄의 성립 여부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1) 허위사실 공표의 법리를 보자. 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의 규정은 다음과 같다.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면 대법원 판례는 허위사실의 판단기준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을까?
대법원은 허위사실 공표죄가 성립되려면 첫째, 공표된 사실이 허위여야 한다고 한다. 공표된 사실의 허위 여부는 진실에 부합하지 않은 사항으로서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7도4294 판결)이라고 하면서 단순한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불과한 경우에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중요한 부분이 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대법원 2004. 2. 26. 선고 99도5190 판결,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3도7423 판결)
둘째로 피고인이 허위의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판시한다.(대법원 2002. 11.13. 선고 2001도6292판결 등) 따라서 피고인이 진실이라고 믿었고 그럴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있을 경우, '허위의 인식'이 없는 것으로 하여 허위사실 공표죄가 성립되지 않게 되는 것이다.
2) 이제 허위사실 공표에 관한 사례를 살펴보자. 대법원 2002.11.13. 선고 2001도6292 판결이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정부때 치러진 제16대 총선의 부산 영도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김형오 후보와 새천년민주당 김정길 후보가 맞붙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 지구당이 창당대회를 개최하면서 지지성향을 분석하기 위해 초청장 대신 비표를 배포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김형오 후보측이 "딱지를 이용한 금권선거 이것이 제2당의 새천년 새선거 운동이냐"라는 제목 하에 "총선 100일을 앞둔 지금 영도에서는 신종 불법선거운동이 자행되고 있다. 소위 '딱지'라는 것을 이용한 선거운동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김대중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에 의해 딱지가 도입되는 사실에 우리 영도인은 분노한다"라는 내용을 부산의 <국제신문> 등 각 언론사에 팩스로 전송하여 <국제신문>에서 이를 보도하였다. 그래서 검찰이 김형오 후보를 허위사실공표죄로 기소한 사안이었다.
여기서 대법원은 "비표의 배부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판시하면서, 피고인이 이를 의심하여 발언한 것은 의심할 만한 여지가 충분하고 그러한 의심에는 상당한 정도의 근거도 있다"고 무죄취지로 판시하였다.
3) 이러한 법리와 판례의 사안에 비추어 그럼 이 사안의 안도현 시인의 트윗이 과연 허위인지 보자.
검찰은 위 트윗 가운데에서 "도난 문화재", "도난당한 것", "도난된", "도난문화재 목록" 등의 표현과 "모든 도록", "2011년까지 박근혜 소장이라는 확증" 등의 표현이 허위라는 것이었다.
우선 "도난" 등의 표현은 문화재청이 공식적으로 이 유묵의 상태에 관하여 공표하고 있는 바에 근거하고 있다. 검찰은 위 문화재청의 홈페이지에 "도난문화재" 뿐만 아니라 "소재불명"이라는 표현도 있는데, 피고인이 도난문화재에만 악의적으로 주목하여 이 유묵의 상태를 호도하였다고 재판 내내 주장했다. 그러나 일반인의 관점에서 위 홈페이지 화면을 보고, 조그맣게 쓰여 있는 "소재불명"의 표현을 보고 "아! 이 문화재는 도난이 아니고 소재불명이구나"하고 생각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또한 "소재불명"이라는 말에는 도난되어 현재 소재불명일 수 있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위 문화재청 홈페이지 화면만 가지고 이 문화재가 도난이 아닌 소재불명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다음으로 "모든 도록", "2011년까지 박근혜 소장이라는 확증" 등은 "전체의 취지로 보아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는 위 대법원 판결의 판시에 따를때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
7. 둘째, 후보자 비방의 점을 살펴보자. 법정에서 변론의 순서는 1) 후보자 비방의 법리, 2) 대법원의 판례, 3) 이 사건의 경우 후보자 비방죄의 성립 여부, 4) 위법성 조각사유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1) 후보자 비방의 법리에 관한 변론이다. 공직선거법 제251조 조문의 규정은 다음과 같다.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를 비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2) 그러면 여기서 비방은 무슨 뜻일까? 대법원 판결은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헐뜯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대법원 2009.06.25. 선고 2009도1936 판결). 그런데 비방은 비방이지만 처벌받지 않는 비방을 법은 규정하고 있다. 이것을 '위법성 조각사유'라고 한다. 그건 뒤에서 설명하기로 한다.
3) 다음으로 비방을 인정한 예,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위법성 조각사유인 비방의 예를 대법원 판결을 통하여 보자.
먼저 대법원 2004. 10. 27. 선고 2004도3919 판결. 한나라당 대전시 선거대책자문위원회 의장이었던 A가 제16대 대통령 선거에 관하여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노무현을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2002. 12. 10. 15:00경 대전 모처에서 한나라당 당원 등 약 200여 명을 상대로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 노후보 장인이 인민위원장 빨치산 출신인데 애국지사 11명을 죽이고 형무소에서 공산당 만세 부르다 죽었다 … 공산당 김정일이가 총애하는 노무현이가 정권 잡으면 나는 절대 못산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이러한 A의 발언이 후보자비방 행위에 해당하나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무죄취지로 판단했다.
다음 대법원 2002. 4. 9. 선고 2000도4469 판결. B가 정몽준 후보자에 관하여 "대기업 고문이라는 자리는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았으니 그렇다 치고 박사학위증은 돈만 내면 받을 수 있는 것이니 또 그렇다 치고 금뺏지도 돈으로 땄다 하면 뽑아준 선량한 사람들을 욕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마는 그것도 지가 잘해서 금뺏지를 달았다 쳐주자. 그런데 월드컵 축구 외교를 한답시고 해외로 나돌아다니는 사람에게 금뺏지가 꼭 필요한가?"라고 공표한 것에 관하여 대법원은 "피고인의 위 사실적시는 다소의 과장은 있다 하더라도 대체로 진실에 부합"하고, "정몽준의 공무담임자로서의 적격성을 가늠하는 데 유용한 자료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며, "유권자인 조합원이나 회사 직원들을 상대로 정몽준의 적격성에 대한 판단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적절한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하려는 공공의 이익도 중요한 동기"라면서 역시 이러한 언급이 "후보자비방 행위에 해당하나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무죄취지로 판단하였다.
4) 그러면 이제 안도현 시인의 이 트윗이 후보자 비방에 해당하는지 보자.
검찰이 후보자 비방이라 한 트윗 순번 5는 이렇다.
"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아닌 동명이인 박근혜라는 이름으로 보물 제569-4호 안중근 의사 글씨를 갖고 계신 분은 바로 저에게, 혹은 문화재청에 신고해주십시오, 지금 박근혜 후보가 도둑이 될 처지에 있습니다."이것은 후보자 비방이 아니다. 안도현 시인이 이렇게 표현한 것은 문화재청 홈페이지는 이 유묵을 도난문화재라고 하고, 전문가들의 책자나 도록은 이 유묵을 박근혜 후보가 소장자라고 하니 이 두가지 자료를 접한 일반인들은 '그러면 이 유묵을 박근혜 후보가 훔쳐간 것인가?'라고 오해받을 수 있으니, 박근혜 후보가 이를 해명하라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비방인가?
검찰이 후보자 비방이라 한 트윗 순번 7은 이렇다.
"박근혜 후보 자택을 방문했던 기자분들, PD분들, 국회의원님들, 문화재청 직원분들, 팬클럽 박사모 여러분들, 연예인들 그리고 혹 담을 넘어갔다 왔던 도둑분들까지 손도장이 선명한 우리의 안중근 의사 유묵을 보신 분들을 찾고 있습니다."이 트윗의 전체적인 취지는 문화재청 공식 홈페이지 도난문화재 정보와 여러 문헌에서 박근혜 후보가 이 사건 유묵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지인으로부터 박근혜 후보가 TV 에 나와 유묵을 자랑하였다고 들어서 이를 해명하라고 올린 트윗에 연속하여 이어지는 트윗으로 이러한 의혹이 있으니 박근혜 후보가 성실하게 해명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다. 여기서 "도둑분들"이 앞뒤 문장의 구조상 박근혜 후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님은 명확하다. 과거 한때 이 유묵을 박근혜 후보가 소장하였던 것으로 많은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데, 박근혜 후보가 유묵을 청와대에서 가지고 나온 일 자체가 없다고 하니 혹시 박근혜 후보가 이를 도난당한 것이 아니냐 하는 것이 이 트윗의 의미다.
검찰이 후보자 비방이라 한 트윗 순번 10은 이렇다.
"박근혜 후보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안중근 의사 글씨를 사랑하는 딸의 방에 걸어두었는지, 아니면 전두환이 소녀가장에게 6억원을 건넬 때 덤으로 국가의 보물 한 점을 끼워주었는지 직접 밝혀주시기 바랍니다."앞서 본 자료에 의하면 이 유묵을 박근혜 후보가 과거 어느 한 시점에서 소장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안도현 시인이 수집한 자료들과 MBC <시사매거진 2580>의 김호일 교수의 말까지 안도현 시인은 확인한 바 있었고, 거기다가 당일 국민참여재판을 통하여 배심원들에게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박근혜 후보가 이 유묵을 소장한 것으로 볼만한 매우 신빙성있는 증거들도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아래의 자료는 1983년 당시 문화재국 공무원 황천오와 황희주가 작성한 공문서이다.
이 자료는 1983년 4월 7일 당시 문화재국의 공무원인 두 사람이 이 유묵의 실태조사를 나갔다가 그 결과를 기록해 둔 자료이다. 이들은 현품을 확인하지 못했는데, 이 조사서의 하단에 황희주가 남산에 위치한 안중근 기념관장이라는 사람의 말이라면서 적어둔 짤막한 메모가 있다. 이렇게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