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이 강승복 사무처장, 우측이 이상원 법원본부장
신종철
먼저 법원본부는 법원 내 비정규직 공무원 현황으로 일반계약직, 전문계약직, 별정직 3종류로 분류했다. 법원본부에 따르면 일반계약직은 전국 법원에 총 52명이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가사조사관이고, 일부는 대법원에 있는 노무사 등도 포함된다. 전문계약직은 479명이 있는데, 이들은 계약직 속기사다. 법원에는 기능직 공무원인 '속기원'과 계약직인 '속기사'가 있다.
또 별정직인 법원경비관리대원 243명이 있다. 법원경비관리대원은 별정직 공무원 신분임에도, 법원본부가 비정규직 공무원으로 분류하는 이유는 10년 임기가 정해져 있고, 필요성에 의해 5년씩 연장하면서 신분을 보장받는 불안한 신분이기 때문이다.
법원본부가 이들 3가지 직종의 정규직 공무원 전환을 요구하는 데에는 기본적으로는 안정적인 신분 보장이다. 여기에다 준사법기관인 검찰이나 헌법기관인 국회와의 비정규직 공무원 비율을 비교(별정직 제외)해 보면 법원이 비정규직 비율이 월등히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꼽는다.
실제로 법원은 전체 직원 1만4732명(법관 제외) 중 비정규직이 531명으로 전체 3.6%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검찰의 경우는 전체 직원 7945명(검사 제외) 중 비정규직은 57명으로 0.7%이고, 국회의 경우 총 정원과 현원이 비슷한데 전체 직원 3432명 중 비정규직이 60명으로 1.7%이다. 법원의 비정규직 비율을 검찰에 비교하면 5배 이상, 국회에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와 관련, 이상원 본부장은 "이 비교에는 사실상의 계약직으로 보는 법원경비관리대원은 뺀 것인데도, 비정규직 비율이 검찰과 국회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지적했다.
법원공무원노동조합에서 요구하는 건 당장 계약직 비율을 줄일 수 없다면, 법원행정처에서 최소한 3개년 계획 등 계약직 공무원을 줄여 나갈 방안을 발표하고 그대로 실천하라는 게 핵심이다.
이상원 법원본부장에 따르면 가사조사관의 경우 현재 일반계약직으로 선발하고 있다. 계약기간은 2년+1년 등 총 3년 계약 후 그동안의 근무평정, 태도, 실적 등을 따져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된다. 지난 7월 정규직 전환에서 가사조사관 1명이 탈락했다.
계약직 속기사의 경우 계약기간은 총 5년(계약단위 2년+2년+1년). 처음 2년 계약에 이후 2년 계약 이런 식으로 계약 갱신을 통해 근무하면서, 정규직 공무원(기능직 속기원) 정원이 확보될 경우 경쟁시험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있다. 하지만, 5년 이내 정규직 채용이 되지 못하는 경우와 5년의 총 계약기간 종료 후 다시 새로이 계약을 맺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정규직 채용이 안 된 경우 집으로 가야하는 안타까운 상황이거나, 다시 신규 계약직 채용 형식으로 법원에서 속기사로 근무하게 된다. 그러면 또 다시 계약기간 5년 동안 근무하며 정규직 채용의 길을 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렇게 정규직(속기원) 채용이 보장돼 있지 않아, 속기사들이 신분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속기사의 경우 1997년 IMF 이후 민간부분 뿐만 아니라 정부 각 부처에도 일정비율의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후 법원은 공판중심주의 강화 등으로 속기업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계약직 채용이 더욱 확대됐다.
이와 관련, 강승복 사무처장은 "당시 법원에서는 속기 수요 급증에 대처하고자, 원칙적인 방법인 기획재정부와의 속기원 정원 확보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였으나, 갑작스런 대규모 인력증원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거부감으로 인해 정규직 속기원 증원 협상에 실패하였고, 이에 법원은 편법적 방법으로 계약직채용을 위한 예산만을 확보하여 자체적으로 계약직 속기사를 대거 채용했다, 이러한 방식이 고착화되면서 현재와 같이 법원 내 비정규직 비율이 급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원 본부장은 "올해 12월 정부의 직종개편이 있어, 이에 따라 계약직 공무원제도가 없어진다"면서 "계약직 속기사 같은 경우 '임기제 일반직 공무원'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또 "그런데 이분들은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 공무원이 아니라 이름만 '임기제 일반직 공무원'으로 뽑겠다는 것으로 사실상의 계약직 공무원"이라며 "이분들은 임기가 끝난 뒤 채용을 안 하면 사실상 잘리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신분 불안을 안고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약직 속기사들의 경우 직종 개편으로 '일반직 공무원'이 된다고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신분 불안을 느끼고 있다, 왜냐하면 계약직 공무원이 임기제 일반직 공무원으로 이름만 바꿔 직종 개편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분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며 "따라서 법원행정처에 몇 년 계획에 걸쳐 비정규직 비율을 줄여나가는 방안을 발표하라고 요구하고 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계약직 속기사들은 매우 소외돼 있어, 당연히 업무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분들은 저임금으로 노동을 강요하고 착취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속기사 같은 경우 법원에서 상당히 업무량이 많은 직렬에 속하는데, 신분 보장도 안 되고, 급여도 상당히 낮다. 연봉제인데 1400~1500만원 정도다. 최저임금체계보다 조금 더 받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며 계약직 속기사들의 현실을 전했다.
이 본부장은 "법원 계약직 속기사 분들도 다른 부처 정규직 속기사들과 비교할 텐데, 그들 연봉의 60~70% 수준"이라며 "따라서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업무에 대한 애착이 높을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계약직 속기사들에게 법원에서 성실하게 일하라고 하는 건 무리다"라고 법원행정처를 질타했다.
이 본부장은 그러면서 "한꺼번에 정규직 채용이 어렵다면, 또 타 기관에 비해 법원의 비정규직 비율이 월등이 높다면, 적어도 법원행정처가 비정규직 비율을 순차적으로 줄여 나가는 방안을 발표해 이분들의 신분 불안을 안심시켜 줘야 한다는 게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의 입장이다. 이런 게 대법원에 대한 우리의 요구다"라고 강조했다.
"별정직 '법원경비관리대원',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법원본부는 '법원경비관리대원'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법원본부는 별정직 공무원 신분(임기 10년)인 법원경비관리대원의 경우도 비정규직 공무원으로 분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