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주 씨가 트랙터를 몰아 고구마밭을 갈아엎자 땅속에서 몸집을 키운 고구마가 온몸을 드러내고 있다. 땅속에서 행복하게 자란 덕분인지 고구마도 모두 건강해 보인다.
이돈삼
전남 무안군 현경면에 사는 김용주·이정옥씨 부부는 '유기농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1980년대엔 기독교농민회에 참여해 농민운동을 했다. 수입농산물 저지운동에 앞장서다 감옥살이도 했다.
유기농업을 시작한 건 1980년대 중반부터였다. 지금껏 고구마밭에 새로운 황토를 넣고 유기질 퇴비를 써서 땅심을 높여 왔다. 퇴비도 멸치액젓에서 추출한 부산물에 쌀겨, 깻묵, 숯 등 천연 자재를 섞어 뿌려준다.
병해충은 천적을 이용해 막는다. 날씨가 추운 1월에 밭을 깊이 갈아엎는 것도 굼벵이를 막기 위해서다. 재배법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인증하고 있다.
재배조건도 최적이다. 바다의 갯벌과 맞닿은 밭은 해풍이 실어다 주는 미네랄이 풍부한 지역이다. 바닷가여서 일교차도 크다. 땅도 황토로 건강하다. 게르마늄을 듬뿍 담고 있다. 산성(PH 4.2∼8.3) 토양으로 고구마 재배의 조건을 다 갖춘 셈이다. 예부터 무안고구마가 맛있다고 소문 난 이유이기도 하다.
김씨 부부는 이 토양을 건강하게 관리했다. 땅의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했다. 비온 뒤 바로 땅을 파헤쳐도 흙이 고슬고슬한 건 그 덕분이다. 땅이 건강하자 고구마 활착이 잘 됐다. 가뭄과 장마에도 잘 견뎌 결실도 풍성했다. 고구마를 쪼개면 하얀 진물 같은 게 유난히 많은 것도 이런 연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