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고용 근절 및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전자서비스는 위장도급을 통해 사용자로서의 직접 책임은 회피해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접 관리 및 지시하고 있다"며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확인받고 열악한 근로실태를 개선하고자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강민수
그녀들이 버텨온 삶도, 그녀의 남편들이 버텨온 세월도 어디다 하소연하지 못할 고단한 날들이었다. 더 이상 참다못한 노동자들이 지난 7월 노조를 만들었고, 우리도 삼성의 직원이라는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냈다. 몇 십년 참아왔던 세월의 설움을 한꺼번에 토해내듯,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으로 모여들었다.
"남편이 망설이고 있을 때, 노동조합하라고 했어요.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데 노동조합 하면 좀 달라지지 않겠냐고.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은 계속 커가고…. 노동조합 시작하고, 좀 살 만해졌어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아이들과 저녁도 먹을 수 있구요. 그것만으로 노동조합이 좋은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세아이맘은 남편이 조금 더 노동조합 활동을 열심히 하길 바라는 눈치였다.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에는 남편에게 첫 번째가 직장, 두 번째는 가족이었지만, 노동조합을 만들고 난 후에는 첫 번째 직장, 두 번째 노조, 세 번째 가족으로 순위가 밀려났다고. 그렇게 순위가 밀려나더라도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게 참 좋단다.
"남편은 처음에 근로자지위확인소송만 참여하고 노조는 안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언론에 인터뷰 한 번 하고나서 회사에서 사장한테 3일을 시달렸대요. 그러다가 노동조합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나봐요."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서 더 순탄치 않은 생활을 하고 있는 옥수수맘. 옥수수맘의 남편은 노동조합 만든 이후 표적감사 대상이 되어 해고 당했다. 옥수수맘의 가족은 노동조합을 만든 이후 뭔가 안정적인 생활을 해보지도 못한 채 또 다시 길고 긴 해고 싸움에 접어들었다.
"아마 저는 이제 곧 나가서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남편 얼굴이 좋아진 것 같아서 참 좋아요. 나도 밴드하면서 이런 저런 사정도 알게 되고. 요즘엔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만큼 하라고 해요."노동조합 활동 후 생긴 저녁이 있는 삶서비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든 이후 삼성은 노동조합 가입자들에 대한 표적감사를 진행하고, 영등포 센터의 경우에는 폭언과 폭행으로 상식 이하의 행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삼성은 경총에 교섭 위임권을 넘겨주면서 자신들은 쏙 빠진 채 뒷짐지고 있는 판국이다. 아무리 값비싼 일류 브랜드를 만든다고 해도, 그 브랜드 가치가 누군가의 삶을 파괴 시키는 것으로 성장한다면 그 값비쌈은 가장 추한 모습이지 않을까?
노동조합하면 뭔가 서걱거림이 있는 시대다. 보수언론과 일부 매체들은 폭력집단, 이기주의 집단으로 노동조합을 매도한다. 누군가 노동조합이 옳다 그르다의 판단도 갖기 전에 우리는 이미 노동조합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갖게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한 가족의 따뜻한 시간을 만들어줬다면, 제대로 된 임금도 못받는 이에게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토대가 되었다면, 하청에 하청 줄줄이 대물림되는 대기업의 횡포가 문제있음을 깨닫게 해줬다면 그것만으로도 노동조합이라는 것 꽤 필요한 것이 아닐까?
적어도 삼성서비스 노동자들에겐, 그리고 그들의 가족에겐 노동조합이 그들의 삶을 지켜주는 작은 희망이다. 삼성서비스 노동자들과 오늘 만났던 그녀들의 작은 희망의 싹이 부디 꺾이지 않기를. 그네들의 따뜻한 저녁 밥상이 값비쌈이 넘쳐나는 시대에 온기를 잃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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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삶도 '애프터서비스'가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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