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경묘의 울창한 솔숲
김종길
사실 처음부터 영경묘를 가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태백에서 삼척으로 넘어가면서 중간에 들를 만한 곳을 찾다가 준경묘의 솔숲이 장하다는 소문을 듣고 그곳으로 가고 있었다. 근데 길을 잘못 들어 준경묘를 지나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더 가까이 있는 영경묘를 먼저 둘러보기로 했던 것이다. 널찍한 주차장을 가진 준경묘에 비해 영경묘는 차 한 대 세울 공간도 없어서인지 찾는 이가 없어 한적하게 걷기에는 그만이었다.
목조대왕구거유지(舊居遺址)와 준경묘·영경묘의 재실이 있는 활기리에서 아주 비탈진 고개 하나를 넘으니 영경묘가 있는 하사전리다. 길은 포장되어 있으나 비탈진 산에 그대로 아스팔트를 바른 거나 매한가지의 급한 경사였다. 좁은 산마을에 집 몇 채가 있고 작은 개울 건너로 영경묘 안내문이 보였다.
장하고 수려한 영경묘의 금강송 숲영경묘까지는 200m. 금세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 발걸음도 가볍다. 처음의 암팡진 오르막도 잠시, 왼쪽으로 틀어진 산길의 끝으로 홍살문이 어렴풋이 보인다. 양쪽으로 사열해 있는 솔숲 사이로 어른 네댓 명은 함께 나란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입구가 홍살문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