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먹기건강과 절약 두 마리의 토끼
이희동
보험비라는 고정비를 줄이고 나니 그다음 눈에 띄는 것은 변동비, 특히 그중에서도 내가 쓰는 교통비였다. 영업사원이었던 난 출퇴근 외에도 영업을 다니기 위해 차를 자주 몰고 다니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내직근무가 더 많은 터라 출퇴근 비용만 아끼면 되는 상황이었다.
아내는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서라도 회사 가까이 이사를 하자고 했고 난 그 말에 아무런 토도 달지 않았다. 그동안 구로구 오류에서 인천 연안부두나 서울 답십리까지 1시간 넘게 회사에 다니면서도 굳이 이사를 하지 않겠노라고 내가 버틴 것은 출퇴근하는 전철 안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등 유일하게 가질 수 있었던 내 시간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내에게 그런 말을 할 염치가 없었다. 돈을 적게 버는 대신 출퇴근 시간이라도 줄여 아내의 가사활동을 조금이라도 더 도와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구로구에서 강동구로 이사를 기획하게 되었고, 이직하자마자 1주일 후에 강동구 강일동으로 이사를 왔다. 회사는 집에서 도보 20분, 버스 5분 거리로 가까워졌고, 아내는 내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좋아했다.
예컨대 이사 온 첫 달, 내 출근 시간이 2시간 정도 늦춰짐에 따라 아내는 아이 셋을 내게 맡긴 뒤 새벽 운동을 나가기도 했으며, 종종 나의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에 오기도 했다. 한창 아이들이 보채는 시간, 타요 혹은 록이(버스의 만화이름)를 타고 아빠 회사에 가기라도 하면 아이들은 그것만으로도 즐거워했고, 그만큼 시간은 잘 흐르기 때문이다.
이사 외에 우리의 교통비를 아끼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됐는데, 또 하나의 방법은 자전거 구입이었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계속해서 똥배가 나오는 나의 건강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지만, 출퇴근에 드는 비용 역시 중요한 고려 대상이었다. 하루 왕복 2100원. 이제 아내에게서 용돈을 받지 않고,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써서 받는 원고료를 통해 개인적인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내게 자전거는 필수적인 교통수단이 되었다.
교통비 절감뿐만이 아니었다. 아내는 이왕에 돈 아낄 거 내게 도시락을 싸가라고 했다. 나는 아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또 점심시간이야말로 한 사무실에 있는 동료들과 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라며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사무실에서 점심을 시켜먹는 경우도 허다했고 바깥의 짠 음식이 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아내의 권고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어쨌든 돈도 절약하는 방법 아니던가.
결국, 난 책가방에 도시락통을 넣은 뒤 자전거를 타고 회사에 다니고 있다. 최근 시대의 유행이라는 간헐적 단식을 하게 되면서 도시락 싸는 일은 매우 드물어졌지만, 어쨌든 지금 난 예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삶을 사는 것이 분명하다.
남이 사면 내가 한번 안 사도 부끄러워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