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11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 기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김건중 위원장(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
남소연
한국전력거래소가 10년 전 '전력계통운용시스템(EMS)' 미활용 문제를 알고도 조직적으로 은폐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아울러 당시 내부 제보로 감사원이 감사까지 벌였지만 문제점을 확인하고도 따로 주의 처분을 하지 않아 지금까지 EMS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정희 민주당 의원은 30일 지난 2003년 당시 전력거래소 기획전무였던 김영창 아주대 에너지학과 겸임교수가 제출한 내부 자료와 당시 감사원 감사 자료를 근거로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2003년 내부 문건 "EMS 도입 2년, 현장설비 응동 안하는 건 직무유기"김영창 교수는 지난 25일 전력기관 국정감사에서도 "2003년 도매경쟁시장 도입을 앞두고 EM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당시 전력거래소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내부 감사를 받고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고 밝혔다.
EMS는 복잡한 전력 계통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자동 관리시스템으로, 전력거래소는 지난 2001년 미국 알스톰사에서 220억 원을 들여 도입했다. 하지만 김 교수가 제출한 전력거래소 내부 문건에는 EMS 미활용 실태가 속속들이 드러나 있다.
2003년 2월쯤 전력거래소 내부에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 문건에는 "도매전력시장 설계의 가장 기본은 자동발전제어(AGC)를 적용한다는 것"이라면서 "EMS가 도입되어 운영한 지 2년이 지난 현재까지 현장 설비가 응동을 안 한다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현 발전제어기능(AGC)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MOS(전력시장운영시스템)에서 수립한 5분 급전 계획이 정상적으로 현장까지 전달되지 못함으로써 시장의 혼란을 초래함은 물론 전기 품질의 이상 현상까지 초래하게 됨"이라고 밝혔다.
또 그해 5월 전력거래소 도매경쟁시스템 설계실에서 만든 '차세대 EMS(NEMS)의 활용도 제고방안'이라는 문건에도 "NEMS의 문제점은 AGC나 SCADA(송변전자동화시스템) 등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적인 문제가 아니라 NEMS의 각종 기능을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의 결핍으로 대변되는 계통 운영 관행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NEMS 기능 정상화 및 계통운영 관행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상황에서 MOS와 NEMS가 함께 운영되는 경우에 문제점 발생시 그 원인 파악이 곤란할 가능성이 있고 전력계통 운영의 비효율로 인해 시장 개설 후 일정기간 도매전력시장 운영 효율성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EMS 기능 미활용-자료 신뢰성" 지적... 주의 처분은 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