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물 온도는 받아서 바로 마실 수 있는 수준의 60℃ 정도가 적당하다. 하지만, 커피 전문점에서는 입에 바로 대면 뜨거울 정도의 커피가 나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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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위 세 가지 문제가 종합돼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 것은 바로 '커피'다. 먼저 볶는 과정에서 너무 강한 열을 가해서 향이나 고유의 신맛은 날아가고 오로지 쓴맛만 남는다고 한다.
"구수함은 쓴맛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모두 날아가고 남은 쓴맛을 희석하면 그 좋다는 구수함이 된다. 숭늉을 생각해보자. (중략) 우리가 굽고 가루를 내서 추출해 마시는 것의 실체는 과실의 씨앗이다. 커피에도 신맛이 돌아야 자연스럽게 더 본질에 가깝다."(본문 286쪽)조리 과정에서는 결정적으로 '온도' 문제를 논한다. 커피는 물 온도는 받아서 바로 마실 수 있는 수준의 60℃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하지만, 커피 전문점에서는 입에 바로 대면 뜨거울 정도의 커피가 나온다고. 또 저자는 '정 드립'(커피를 내릴 때 물줄기가 반드시 소용돌이를 그려야 하는 것) 같이 오히려 맛과 관련 없는 속설만이 불필요하게 난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아무리 비싼 기계를 사용하는 곳이더라도 온도계나 저울을 사용하는 것에 인색하다고 꼬집는다. 정작 실무자들이 감에 의존해서 커피를 만든다는 것이다. 저자는 물의 온도·커피의 양·추출률 3요소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도구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외식의 품격>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올리브유 치킨'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이 음식에 주로 쓰이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기름은 특유의 알싸함을 지니는데, 과하게 가열할 경우 더 쓰거나 아린 맛이 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음식을 만드는 게 음식 문화의 질적 저하를 불러온다는 내용이 이 책의 전반에 걸쳐 드러난다.
건강해 보이는 음식, '잘 만들어진' 음식은 아냐"스테이크는 튀기듯 구워야 제대로 익는다. 높은 열량과 지방으로부터 피할 길이 없다. 모 아니면 도, 조금 덜 기름진 스테이크를 찾느니 차라리 다른 음식을 알아보는 편이 낫다."(본문 199쪽)저자는 요즘 유행하는 '웰빙' 혹은 건강을 생각한다고 만든 조리법이 결정적으로 음식의 완성도를 해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햄에는 아질산염과 인산염이 들어가는데, 특히 아질산염은 부패 방지·발색제의 역할을 하기에 햄에서는 무조건 쓸 수밖에 없다. 건강한 햄이랍시고 인산염과 아질산염 등을 넣지 않은 햄이 있는데, 이들은 엄밀히 말해 햄이 아니라고 한다.
햄버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저자가 "건강한 버거는 버거가 아니다"라고 말한 부분은 인상적이다. 저자는 "콩고기 패티 버거는 어처구니가 없다"며 "고기와 갖가지 채소가 빵 속에서 어우러져 빚어내는 풍성함이 버거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고기가 빠져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건강식품인양 구는 빵이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려준다. 자연발효종으로 만들어진 빵은 반죽이 시기 때문에 보다 더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전혀 검증이 안 됐다고 한다. 또한 채식 제빵은 가짜라고 말한다. 우리가 말하는 소위 '식사빵'에는 버터를 비롯한 유제품이 안 들어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편견을 거두고, 원칙을 살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