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시간과 정성이 담긴 느린손공방의 제품들.
장선애
TV드라마 <산너머 남촌에는> 촬영 당시 '은자네가게'로 이름 붙여졌던 대흥초등학교 앞 문방구가 '느린손공방'이라는 새 이름을 달았다.
전면 한쪽 벽을 창으로 내고, 다른 쪽 벽은 나무를 덧대 자연색을 칠해놓으니 소박하고 정겹다. 경사 깊은 파란 함석지붕을 그대로 살리고, 처마 밑에 키 작은 꽃화분들을 올망졸망 앉혀놓아 지나는 이들의 발길을 잡는다.
"어머, 이 예쁜집은 또 뭐야?" 초록색 사각기둥이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공방 안에 들어서면 은은한 천연비누향이 기분 좋다. 벽면과 바닥, 전시대의 손바느질 제품과 짚공예품 수십 종이 반갑게 맞는다.
드라마 유행어처럼 '슬로시티 장인(주민)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든' 가방, 지갑, 스카프들이다. 한동안 손을 놨지만 긴 세월 어르신들의 몸이 기억하고 있던 짚공예품들은 시대에 맞게 인테리어소품들로 재탄생돼 인기품목으로 떠올랐다. 농경시대 유물들이 친자연을 추구하는 도시민들의 구매욕을 자극해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열다섯 평 남짓 작은 공간이지만 오래도록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유, 하나하나 제품들에 담긴 주민들의 시간과 정성 때문이다.
젊었을 땐 곧잘 했지만 이젠 눈을 가늘게 하고서도 한참을 헛손질해야만 꿸 수 있는 바늘 실로 누빔을 하거나, 계절마다 채취해둔 자연염료로 고루 물을 들여 햇볕 아래 가장 은은한 빛을 내거나, 알곡을 턴 볏짚을 모아 썩지 않도록 잘 말리거나, 굵어진 마디 주름진 손으로 거침없이 새끼줄을 엮거나, 짚신을 삼고 멱꾸리를 만들고 수수비를 엮거나, 여럿이 한자리에 모여 향 좋고 모양 좋은 천연비누를 만드는 모습들.
물건들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그런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느린손공방에서는 소비자들도 느려진다.
협동조합 느린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