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의 조끼에 적힌 '서비스는 역시 삼성입니다'는 문구다.
오마이뉴스
하지만 노동조합을 만든 것은 고작 100여 일. 최근에도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한 명이 과로사했다. 노동자들은 지난 9월 27일 숨진, 고 임현우 조합원과 비슷한 삶을 강요받아 왔기 때문에 남의 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저는 100% 과로사라고 생각해요. 아침에 출근해서 집에 들어가서 저녁 먹을 때까지 밥 한끼를 못 먹는 경우도 있어요. 물밖에 못 먹고…. 그런 생활을 한두 달 가까이 하면 마지막에는 저도 '이러다가 안 되겠다' 싶죠. 머리가 핑 돌고 휘청거린 적도 몇 번 있었어요. 또 (고 임현우 조합원이) 저랑 똑같이 자취를 했더라고요. 뻔하게 그려져요. 물 한 잔 먹고 출근, 사무실에서 커피 한 잔, 고객집에서 시원한 물 한 잔, 주스 한 잔 정도는 마실 거예요. 점심시간 따로 없고, 저녁시간 따로 없어요. 집에 가면 오후 11시, 뭘 해먹고 싶어도 먹을 힘이 없어요. 물이 끓는 5분 동안 잠이 들어서 불이 날 뻔한 적도 있었으니까요."이런 살인적인 노동시간에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 직종이라는 특수성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를 이중으로 힘들게 하고 있는지 모른다.
"수리가 안 되는 사항을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줘도 별의 별 꼬투리를 다 잡는 경우가 있어요. 내가 설명하는데 욕을 하기 시작하더니 내가 인사하고 나올 때까지 욕하다가 차를 타고 출발하는데…, 손잡이를 잡는 그때까지 욕을 하는 고객도 있었어요."이런 경우야 그렇다 치고 도둑으로 모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회사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하니, 고객들의 억지 불만마저도 노동자들이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업무인 셈이다.
"우리 집에 금반지가 없어졌다거나, 월세 줄 돈 60만 원이 없어 졌다거나, 열쇠가 없어졌는데 가져간 거 아니냐는 식으로 억지 부리는 고객들이 있어요. 그러면 회사는 무조건 '니가 해결해'라며 도움을 안 주죠."그래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최소한 노예 인생은 끊어보자며, 힘을 합치고 있고, 선배들은 후배들이 우리 만큼은 고생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노동조합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이런 그들에게 삼성이라는 원청업체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박성주 부지회장에게 물어봤더니 '학교에서 공부는 잘하는데, 오냐오냐 해주니 규칙을 안 지키는 버릇없는 아이'에 비유했다.
"학교에서 공부도 잘하고, 돈도 많고, 모든 아이들이 부러워하는 아이. 그러다 보니 이 녀석이 모든 아이들을 업신여기며, 학교 규율도 무시하고 선생님말도 거역하면서 자기가 잘 났다고 생각하는 게 삼성이 아닐까 싶어요. 잘못된 부분은 반드시 바로잡아야죠.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느낀 건데, 하면 할수록 사명감을 느껴요. 처음 위영일 지회장을 만났을 때는 오로지 삼성전자서비스만 생각했는데, 이제 LG전자·대우전자 등 전자업계전체 비정규직 문제라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가 잘 싸워야 그들의 길을 터주는 거겠구나'라는 사명감이 들기도 합니다."이렇게 노동조합이 주장할 권리를 자신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권리로까지 확대하고자 노력하는 자세는 현재 노동조합에 가장 많이 필요한 자세일 것이다. 이런 박성주 지회장의 바람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노력에 우리 사회 전체가 응답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 사회는 진짜 사장임을 숨기는 대기업의 횡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엄연한 삼성 노동자를 삼성이 인정하는 그 날까지 '젊은 초보노동조합 간부'의 전진은 계속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이때, 신생 노조에서 막중한 책임을 맡는다는 것은 쉬운 게 아닐 것이다. 그 힘든 시간을 꿋꿋하게 버티는 스스로를 응원해 달라는 요청에 그는 "박성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라"고 답했다. 자신에게 자부심을 갖는다는 것은 자기의 삶과 노동을 사랑할 수 있는 당당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는게 아닐까. 자신뿐아니라 이 땅 모든 사람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박성주 부지회장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은 오늘도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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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용팝이 쓰는 헬멧마저도 우리에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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