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상부보고' 논란으로 업무에서 배제된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참철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등 검찰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직원 체포 보고 경위에 대해 설명한 뒤 승강기를 타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유성호
흑인 피 한 방울만 섞여도 흑인박근혜 정권의 탄생음모를 조금이라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권은희, 채동욱, 윤석열의 고향이 어디 어디 아니냐는 말들이 슬금슬금 떠돌아다니는 모양이다. 권은희 경장의 경우, 용감무쌍한 '평양의원' 조아무개 덕분에 전 국민이 보는 TV중계로 그의 고향이 광주임이 밝혀졌지만, 채 총장과 윤 지검장의 경우 아직은 풍설만 낭자한 듯 하다.
아주 오래전 이문옥 감사관이 감사원의 부정을 폭로할 때도 그랬고,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리를 폭로할 때도 그랬다. 대부분 사람들은 상상조차 못 했고 전혀 관심 가질 이유도 없는 사안인데, 그들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자들은 교묘하게 이 문제를 끄집어내 인구에 회자시킨다. 전라도가 고향이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정의의 문제'라는 본질은 그렇게 스테레오타입화 된 지역감정에 가려진다.
채 총장과 윤 지검장의 고향이 어디인지 알 필요도 없고 관심도 없다. 전라도 어디쯤일 수도 있고 혹은 서울이나 경상도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자들은 묻고 또 물을 것이다. 당사자의 고향이 전라도가 아니라고? 그럼 부친은? 모친은? 할아버지는? 선산은 어디 있고? 그것도 아니라면, 그럼 처가는? 내가 느닷없이 '피 한방울 룰'을 떠 올린 이유다.
윤석열 지검장은 국정감사장에서 "나는 (검찰)조직을 사랑하나 사람에게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과연 그는 참여정부 시절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람들을 무던히도 괴롭혔으며 지금도 노 전 대통령 유족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맡아 "자신의 수사역량을 충분히, 자유롭게, 혹은 제멋대로 발휘"(노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함으로써 과도한 고통을 주고 있는 인물이다.
원칙과 상식, 양심마저 왜곡시키는 '지역 차별'이렇게 자기 직업관에 투철한 사람, 상식과 원칙을 지키려는 사람, 그것이 결과적으로 정의에 복무하게 된 보수성향 인물들이, 오랫동안 진보와 민주를 부둥켜안고 피 흘리고 굶주리며 싸워 온 이들보다 훨씬 더 대접받는 세상이다. 그런데 같은 소신과 원칙, 그리고 용기를 지녔어도 '전라도 출신'은 예외다. 왜? 전라도 사람들은 원래 그렇게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람들이니까!
우리 사회에서 '좌빨'과 '호남차별'은 거의 동격으로, 수구기득권세력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불러내는 두 개의 악령이다. 좌빨에 '종북' 하나만 더 붙이면 천안함에 대한 의혹제기도 막아 낼 수 있고, 국정원이나 국군 사이버사령부(사이버사)의 음모가 밝혀져도 "(이걸 문제 삼으면) 가장 좋아하고 기뻐할 조직은 바로 북한일 것"이라거나 "나라의 안보는 뒷전으로 미뤄놓은 채 비밀 사이버 안보조직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며 오히려 몽둥이를 들고 달려 들 수 있는 것이다.
'종북좌빨'이란 원래가 허상의 개념이어서 아무데나 막무가내로 갖다 붙일 수 있지만(그리고 언제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시침을 떼도 되지만), '호남차별'은 상대가 분명하고 폭발력이 강하기 때문에 은밀하게, 그러나 더 교활하게 자행된다는 차이점이 있기는 하다. 아마도 박근혜 정권은 앞으로도 호남차별을 이명박 때보다도 더욱 은밀하게 교활하게 강화해 나아갈 것이다. 권력기관, 군, 정보기관, 사정기관 고위급 인사에서, 핵심라인 인사에서 호남출신을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수구기득권세력의 음모적인 지배카르텔을 철옹성처럼 굳히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