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당선 박근혜'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국정원 선거개입과 노동탄압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근혜 하야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있다.
이희훈
이날 촛불대회에는 차가운 날씨를 무릅쓰고 많은 시민들이 찾아 자리를 빛냈다. 대학생 박정순(28, 서울 동작구)씨는 "최근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이 수사에서 배제되고,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화가 많이 났다"며 "요새는 촛불대회에 잘 나오지 않았는데 한 명이라도 힘을 보태야겠다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두터운 파카를 입고 촛불을 든 채 서울역 계단에 앉아 있던 조아무개(65, 서울 송파구)씨는 "어버이연합도 가보고 촛불대회도 가봤는데 두쪽 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곳(촛불대회)에서 하는 이야기가 더 사실에 가깝고 생기발랄하더라"며 "어떤 사람들은 이번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을 두고 영향력이 없었다고 하는데 10문제 중 1문제 컨닝한다고 해서 잘못을 안 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자녀의 손을 잡고 촛불대회를 찾은 이들도 많았다. 중학교 3학년 아들과 서울역을 찾은 김희진(51, 경기도 일산)씨는 "요새 젊은이들은 (민주주의가 정착된) 과정을 잘 모를테지만 30여 년을 공들여 만든 민주주의가 이렇게 후퇴하는 걸 보니 소름이 돋는다"며 "자식들이 살아갈 나라가 이래선 안된다는 생각에 아들 손을 잡고 나왔다"고 말했다.
손을 꼭 잡고 촛불대회를 찾은 연인도 눈에 보였다. 김경환(30, 서울 강동구)씨는 "국정원과 군대가 대선에 개입한 잘못된 모습에 분노해 여자친구와 함께 촛불대회를 찾았다"고 말했다.
김씨의 여자친구인 이해정(28, 서울 강동구)씨도 "남자친구의 말에 공감해서 함께 손을 잡고 왔다"며 "날씨도 춥긴하지만 이런 곳에서의 데이트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가 "어떻게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나"라고 묻자 이씨는 "법대로, 법대로요"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촛불대회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25일 사업차 한국을 찾은 중국인 우빈(Wu bin, 52)씨는 "중국에선 이렇게 인민들이 나와 시위를 하면 매우 위험하다"며 "이런 한국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아보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역을 맡은 중국인 유학생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대응도 하고 있지 않다"라는 설명을 듣더니 우씨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왔는데요?"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데 정부는 이성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잘못된 것은 정부가 빨리 나서 교정해야 할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