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성 목사는 불을 지른 중국 동포를 용서하고 장례를 책임졌다. 처음에는 그를 원망했지만, 설교한 대로 살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회개했다고 한다. 그는 오히려 그 중국 동포에게 용서를 빌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외국인 노동자 장례, 부탁하면 무료로 치러줘한 번 마음이 감동했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김 목사의 축적된 삶이 극적인 순간 예수의 사랑을 기억하게 한 것이다. 김 목사는 20년 넘게 이주민 사역을 해 오면서 3000여 명의 장례를 도맡았다.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유를 따지지 않았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장례를 부탁하면 무조건 무료로 장례를 치러 주었다.
"지금까지 장례를 부탁하는 사람을 한 번도 거절한 적 없다. 그 사람이 어디서 무슨 일을 저질렀어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우리 건물에 피해를 입힌 사람이라고 해서, 그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았다. 마음속에서 나도 모르게 이중 잣대가 생긴 것이다. 나 자신을 솔직하게 돌아보고 회개했다. 직원 중에는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방화범은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나는 이 사건을 두 가지로 보자고 설득했다. 불을 지른 것은 경찰이 수사하고 있으니 그쪽에 맡기고, 우리는 우리 일을 하자고 말이다. 반대하던 직원들도 동의했다.병원에서 그 사람의 형제들을 우연히 만났다. 사정을 들으니 참 딱하더라. 그 중국 동포는 2년 전에 이혼했다. 아이 둘을 늙은 아버지의 손에 맡기고 네 달 전 한국에 들어왔다. 그런데 오자마자 여권과 돈이 든 가방을 도둑맞고 불법체류자 신세가 됐다."김 목사는 그 중국 동포의 아이들을 한국에 데려올 수 있다면 맡아 기르겠다고 형제들에게 약속했다. 김 목사의 행동은 '사랑의 원자탄' 손양원 목사를 연상하게 한다. 사실 김 목사는 한결같은 이주민 사역으로 '이주 노동자의 아버지'라고 불렸다. 하지만 김 목사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나는 전혀 그런 인물이 아니다. 창세기 18장과 19장에서 아브라함과 롯은 지나가던 나그네를 붙잡아 자신의 집에 들여 후하게 대접했다. 롯의 경우, 소돔 사람들이 쫓아와 나그네를 내놓으라고 할 때 자신의 두 딸을 내어 줄 테니 제발 나그네들은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이 부분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나그네인 이주 노동자들을 위해 이 정도까지 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 없다. 지금까지 사명대로 최선을 다해 이들을 대접했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가족을 내어 줄 정도로 사랑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김 목사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가 이주 노동자들을 위해 한 일은 결코 적지 않다. 김 목사는 23년 동안 이 땅의 나그네인 이주민들을 대접하기 위해 사역하고 투쟁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13번이나 입원했고, 한 번은 구속되어 수감 생활도 했다. 지구촌사랑나눔은 현재 가리봉동에 집단 거주하는 이주민들의 식사부터 복지, 의료, 교육, 일자리 등 거의 모든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