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앞에서 마지막 1인시위를 하고 있는 '북아현 철거민' 이선형씨를 찾아 격려했다. 이선형씨는 24일 재개발 조합 측과 협상을 타결했고, 서울시는 올해 7월부터 이 협상을 중재했다.
이선형 제공
서울 북아현동 철거농성을 끝낸다. 왕복2차선 도로가에 천막을 치고 농성한 지 718일 만이다. 먼지구덩이에서 잠들고 먼지구덩이에서 아침을 맞았다. 영하 17도를 오르내리는 눈보라에 온몸이 얼어붙었다. 영상 37도를 오르내리는 살인더위에 살이 짓물렀다. 끈질기게 내리는 장대비에 온몸이 가라앉았다. 그러나 실상 자연현상은 견딜 만했다.
철거용역업체 다원의 '깡패'들은 프리모 레비의 말대로 이게 인간인가 싶었다. 2011년 11월 11일 다원의 용역직원들은 영업 중인 곱창가게로 쳐들어와 모든 걸 으깨어 놓았다. 심지어 아직 가게 안에 사람이 있는데도 포클레인으로 가게 옆구리를 쳤다. 벽돌더미에 사람이 깔려 비명을 지르자, "엄살떨지 마, 죽여버려" 하면서 더욱 악을 썼다. 다원의 용역직원들은 딱 한 곳만 무자비하게 철거하면 나머지는 알아서 긴다는 철거의 황금률에 따랐다.
표적 철거를 당한 곱창집 부부는 718일이나 천막 속에서 버텼다. 수도도 전기도 화장실도 없는 도로가의 천막이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중학교에 다니는 딸의 얼굴도 볼 수 없는 먼지구덩이의 천막이었다. 그 천막에서, '보상협의체를 꾸리겠다던 문석진 구청장은 약속을 지켜라', '감정평가를 했다면 그걸 공개하라', '포클레인 기사와 철거업체 다원의 깡패들을 구속하라', '빼앗은 생계터전을 돌려다오', 그렇게 비장한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절규는 늘 허공을 쳤거나 보복만을 불러왔다. 다원의 용역직원들은 새벽을 이용해 주먹을 휘둘렀다. 한낮을 이용해 조합간부들을 대동하고 겁박을 하거나 희롱을 일삼았다. 공포와 모욕, 그건 2년의 철거농성을 대신하는 명사가 되었다.
올해 7월 초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북아현동을 방문해 주민간담회를 가졌다. 천막농성 중인 부부는 그 자리에서 농성사태를 해결해 달라고 읍소했다. 박원순 시장은, 내게 전권을 위임한다면 사태 해결을 위해 정성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원순 시장은 약속을 지켰다. 7월 말 강영진(성균관대 갈등해결연구센터장) 조정관을 보내주었다. 강 조정관은 농성사태 해결을 위해 부부의 얘기를 먼저 들었다. 이어 재개발조합 사무실에 들러 조합 측 얘기도 들었다. 그때부터 기나긴 합의조정기간이 있었다.
'구청장 사과·사업자금 대출 보장' 조건으로 합의안에 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