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의 <모구양자>(간송미술관 도록을 재촬영한 것입니다).
하지만 희소성만으론 대중의 시선을 잡기엔 부족하다. 소문난 잔치엔 항상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정확히 2시간 14분을 기다린 끝에 1층 전시실에 들어섰다. 전시장엔 이미 인파가 한가득 있었다.
"밀착하세요. 이동하세요." 관람객의 걸음을 재촉하는 안내원의 목소리가 50평 남짓한 전시장에 울려 퍼졌다. 음미하며 감상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걸음은 계속 느려졌다. 몇몇 작품 앞에서 그러했는데, 그 앞엔 여지없이 단원 김홍도(1745~1806)와 혜원 신윤복(1758~?)의 그림이 있었다.
특히 금강산의 비경을 담은 단원의 '구룡연'과 얼굴만한 크기의 선도복숭아를 훔쳐 달아나는 모습의 '낭원투도', 세밀한 필치로 어미 개의 모정을 보여준 '모구양자' 등이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용인의 한 초등학교에서 견학 온 김아름(10)양의 말이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단원의 작품 '모구양자'를 보고 있는데 뒤쪽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와~ 털이 살아 있네"를 연신 외쳐댔다. '진경시대'를 이끈 조선 후기 김홍도의 사실주의가 20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전시의 백미는 혜원 신윤복이었다. 14점의 대표작이 공개된 이번 전시에서 혜원의 그림은 2층 전시 말미에 집중적으로 배치됐다. 섬세한 혜원 신윤복의 선과 색이 기다림에 지쳐 버린 관객을 압도했다.
특히 국사 교과서의 대표 그림으로 유명한 '단오풍경'과 야밤중 골목길 담에서 정을 나누는 '월야밀회', 선명한 붉은색이 눈에 띄는 기생의 칼춤 '쌍검대무'가 눈길을 끌었다. 서울 화곡동에서 온 최정남(28)씨는 "뒤에 오는 사람들을 생각해 빨리 나가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혜원의 그림이 마치 군입대할 때 마주잡은 여자친구의 손길 같았다"고 말했다.
"체할 것 같다. 하지만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