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헤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우리 정치권은 스스로를 정치세력으로만 인식할 뿐 통치자로서의 의식 자체가 매우 약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에는 대단히 관심이 크고 예민하지만 '통치'에 대해서는 실제로는 별다른 의식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자신의 정확한 직분과 역할을 잘 모르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헌법은 통치기관을 3권으로 분립시켰다. 정치를 통해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 국가를 통치하라는 국민의 뜻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국가 즉 통치는 뒷전인 채 오로지 정치 그것도 당리당략만 판을 치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이 정치권을 혐오하고 경멸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와는 반대로 '정치과잉'이 통치를 약화시켰다는 관점에서 정치를 죄악시하면서 행정적인 통치를 강화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의도 정치'를 과도하게 폄하, 매도하면서 이와는 거리를 두려는 통치권 다시 말해 대통령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경제성장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시장주의나 신자유주의 또는 국가적 관점만을 중시하는 국가주의적 성향이 사상적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전자는 이명박 대통령, 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무조건 대통령을 추종하는 여당 의원들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자신의 존재와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오히려 권력자의 통치수단으로 전락한 자기 모습에 만족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해 측은한 심경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통치', 오늘날 한국 정치의 숨김없는 자화상이렇게 한편에서는 정치논리에 빠져서 통치를 소홀히 하는 현상, 한편으로는 이와는 반대로 '정치과잉'의 부작용을 비난하면서 통치만을 중시하는 현상, 이러한 두 개의 상반된 현상이 함께 나타나고 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 정치의 숨김없는 자화상이 아닐까? 중요한 것은 결국 '정치적 통치'다. 민주주의에서는 정치가 최고의 통치원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