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미소마 오다카
유혜준
자동차는 2차선 도로를 따라 천천히 달렸다. 이른 아침부터 하늘이 잿빛으로 흐리더니 그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자동차 앞 유리에 매달린 와이퍼가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갑자기 "삑삑" 소리가 차 안을 울리기 시작했다. 방사능측정기에서 나는 소리였다.
오쿠보 테츠오씨가 가져온 방사능측정기로 방사능 오염 수치가 올라갈 때마다 소리가 났다. 오쿠보씨는 아예 자동차 창문을 열고 팔을 내밀어 방사능을 측정했다. 삑삑 소리가 대기로 퍼져나갔다.
10월 6일, 일본 센다이에서 하룻밤을 묵은 일행 8명은 센다이 교회의 가와카미 목사와 이정임씨, 야오야기 준이치씨의 안내로 후쿠시마의 노다에 있는 이즈미 루터 교회에 들렀다가 미나미소마로 향했다. 미나미소마는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에서 20~30km 떨어져 있는 지역.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방사능 피해를 입었다. 미나미소마 시의 면적은 398.50㎢, 인구는 7만여 명이며 이 가운데 6만여 명이 피난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누출된 방사능은 일정한 간격이나 농도로 확산되지 않았다. 바람을 타고 흩어진 방사능은 후쿠시마 원전과 가까운 곳보다 먼 곳이 더 많이 오염되는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인 마을이 이타테무라다.
이타테무라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40km 정도 떨어져 있는 지역으로 유기농업을 하면서 농가소득을 올린 대표적인 마을이었다. 하지만 방사능 오염은 이 마을을 피해 가지 않았다. 이곳으로 피난을 간 이들도 제법 많았는데 결국 이 마을도 피난 지시가 내려졌다. 하지만 그 시기가 너무 늦어져 주민들 대부분 방사능에 피폭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타테무라는 원전과 전혀 관련이 없는 마을이었다. 그런데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직격탄을 받은 사례다. 후쿠시마에 원전이 들어서지 않았다면 이 지역 주민들은 평화롭게 농사를 지으면서 계속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이타테무라는 원전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