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처참한 아비규환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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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 것이다. 미안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바다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쉽게 생각하자. 저자는 멋진 비유를 내놨다. 간추리자면 이런 내용이다.
트롤어법(trawling)을 아시나요? |
배를 이용하여 자루형 그물이나 날개형 그물 등의 어구를 수평 방향으로 끌어 바다에서 목표 어종을 잡는 어법. 바다 밑바닥 가까이 사는 저서어종을 대상으로 하는 저층트롤, 중층어종을 대상으로 하는 중층트롤로 나뉜다.
그물을 바다 밑바닥으로 끌고 다닌다는 점에서는 저인망 어법과 유사하지만, 그물 입구가 오므라들어 조업에 지장이 생기는 저인망의 단점을 그물 전개 장치를 달아 발전시킨 것이 트롤망이다. 혹자는 '지구상에서 가장 파괴적인 대량살상법'이라 표현한다.(<텅 빈 바다> 서문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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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으로 많이 본 아마존 밀림을 떠올려보자. 이제 일정 지역의 경계에서 촘촘한 그물 하나가 쳐지는 모습을 상상하자. 그 그물은 광대한 지역을 감싸고 있다. 이제 완벽한 포위망이 형성돼 매우 작은 곤충 외에는 그 지역을 빠져나갈 수가 없다.
그리고 그물은 중심부를 향해 죄어온다. 동물은 말할 것도 없고 나무와 풀도 뿌리째 뽑힌다. 지역에 있던 모든 생명체는 그 그물 안에 담긴다. 압사당하는 동물도 있고, 으스러지는 나무도 있어,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된다. 새끼든, 임신 중인 동물이든, 굳이 잡지 않아도 될 동물이든, 멸종 위기종이든 그물은 이를 분별할 능력이 없다. 그렇게 죌 수 있을 만큼 죄어진 그물은 공중으로 들려져 사람들에게 향한다.'사람들에게 생명체를 죄의식 없이(죄의식이란 단어가 너무 극단적이라면 감정의 동요 정도로 해두자) 바라보도록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될 수 있으면 자신과 상관이 없는 객체로 만드는 것이다. 생선이 그렇다. 바닷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처참한 아비규환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반려 돼지를 기르는 이가 돼지고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른 이의 그것과 같을 수는 없다. 조금 더 확대시키면, 도살 장면이나 사육 환경을 목격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고기를 바라보는 생각 역시 같을 수 없다.
먹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과한 게 문제다그렇다고 책 <텅 빈 바다>가 '생선을 먹지 말자'거나, '수산업을 금지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 단지 '먹지도 않을 자원을 왜 낭비하느냐'는 문제를 제기할 뿐이다. 인류가 먹을 양은 지금 잡아들이는 생선의 3%면 충분하다고 한다. 또한 거기서 파생되는, 종의 위협에 비해 관대하기 그지없는 보호종의 선정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바다에서는 인간에게 필요한 양의 40배에 달하는 어류가 포획되고 있다. 1년에 바다에 던져지는 그물의 길이는 지구를 550번 감을 수 있는 길이다. 수산업에서 사용하는 가장 큰 그물은 보잉747기 13대를 가둘 수 있는 크기다. 어류는 단 1%만이 보호종으로 지정돼 있다. 인류가 과다포획으로 자연에 미치는 영향은 오염으로 인한 피해보다 크다고 한다. 가히 충격적이다.
바다는 수산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민의 것이자, 나아가 인류, 후손들, 자연 만물과의 공유물이다. 난 우리 후손들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바다를 똑같이 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인류가 영원히 번영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최소한 생선도 타의에 의해 절멸의 길로 다다르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이 책은 슬프게도 뭔가 변화가 있지 않으면 이 소박한 바람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텅 빈 바다 - 남획으로 파괴된 해양생태계와 생선의 종말
찰스 클로버 지음, 이민아 옮김,
펜타그램,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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