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체포 보고 경위 밝힌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상부보고' 논란으로 업무에서 배제된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참철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등 검찰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직원 체포 보고 경위에 대해 설명한 뒤 승강기를 타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유성호
이는 당연히 민주주의의 근간을 흐리는 일이다. 민주주의라는 대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관료제를 채택하고 혈세를 통해 그들의 임금을 지불하던 국민은 어느날 자신이 낸 세금이 역으로 민주주의 체제를 흔드는 실체로 육화되어 있음에 깜짝 놀란다.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육화된 '민주주의의 적'에 대한 수사를 "야당 도와 주는 일"로 치부해버리는, 응당 체제의 버팀목이 되어야 할 검찰 수장의 관점이다. 윤석열 전 수사팀장이 "같이 모시고 가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검찰은 공평무사해야지 정권에 상명하복하면 그 존재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룻밤 사이에 유명해진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던 윤석열 전 수사팀장의 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여기서 '사람'은 단순한 자연인 하나가 아니다. '사람'은 대한민국의 체제가 육화된 인물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체제, 즉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의 소임을 다해야만 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래야 할 '사람'이 정치적인 편향성을 스스로 자백했다면, 누구보다 중립적이어야 할 국정원 공무원의 조직적 편향성을 수사하던 수사팀의 팀장이 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밖에 없다. 낭떠러지로 몰고 가는 마부의 채찍질에도 걸음을 멈추고 큰 길을 택하는 것이다. 그래야 마부도 살고, 마차 안의 승객도 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대의가 흔들렸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보고체계가 어떻다고 따지는 새누리당의 법사의원들을 보면 '성공한 쿠테타'를 했으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고 했던 그들이 이번에는 검찰 조직의 절차 중심주의를 내세우는 그 뻔뻔한 자신감이 대체 어디서 비롯되는지 너무도 궁금하여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새누리당엔 실소, 민주당은 한심... 슬프다
새누리당의 좁은 프레임에 갇혀 그 안에서 목청을 높였던 민주당 의원들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윤석열 팀장에게 "구체적으로 수사팀에 어떤 외압이 있었는지", "그 외압이 어떻게 그동안 수사를 방해했는지", "남재준 국정원장이 국정원 직원들에게 진술 거부 압력을 넣어서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 지"를 집중적으로 묻지 않은 잘못과 서울중앙지검장에게 "편향된 정치 검사로서 수사의 장을 맡을 자격이 있는지", 최소한 "향후 어떤 제도적 보완을 통해 이 사건을 정치적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정의롭게 수사할 수 있을 지"를 추궁하거나 다짐받지 않은 잘못 또한 묻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 코미디는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이다. 예상한 듯 두 검사의 "항명과 소신"으로 몰아가거나 아예 전 국민의 관심과는 상관없이 "새마을 운동"에 뉴스의 몇 꼭지를 할애하기도 했다. 나는 숨어서 골방에서 모여 웃고 있을 그들에게,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마냥 분노하지 않고 웃으며 행복해 하는 일부 국민들에게 묻고 싶다.
"정략이 체제를 무너뜨리고 있는데, 당신이 탄 마차가 떨어지고 있는데 지금 웃음이 나옵니까?" 역시 웃을 수 없는 슬픈 코미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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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가 된 국정감사... 웃을 때가 아닐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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