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전액 출자한 포항산업과학기술원 직원 이아무개씨가 감사를 받으면서 감가원과 함께 자신의 집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이씨는 감사에 대한 모멸감을 느끼고 자살했다.
조정훈
이씨가 아파트에 도차하자 1명은 아파트 입구를 지켰고 1명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씨의 집까지 따라가 확인하기까지 했는 게 유족들의 전언이다. 마침 이씨의 어머니가 집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아이들에게 저녁을 챙겨줄 것을 당부한 후 바로 회사로 돌아가 오후 9시까지 감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동생은 "오빠는 감사를 받으면서 죄인취급을 받았고 온갖 모욕과 협박이 이어지자 금품을 받았다고 허위 자백을 하고 통장 거래내역을 제출하겠다는 확인서에 사인을 한 다음에야 퇴근할 수 있었다"면서 "퇴근 후 집에서 한참동안 흐느끼며 울었다"고 전했다.
이씨의 한 동료는 "17일 오전 이씨가 동료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며 감사 스트레스로 인해 허위진술을 했으니 이에 대한 징계를 받겠다고 말했고, 동료들이 거짓 진술을 하지 말라고 위로하기까지 했다"면서 "감사실로 들어가 감사를 받다가 오전 10시 30분쯤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죄인취급 하느냐'며 울면서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회사 연구동에서 자살을 시도했다가, 동료들의 눈을 피해 자신의 여자친구 집으로 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자살하기 직전에 "너무 감사가 죄인취급 하니까 싫다"며 "애들한테 미안하고 부모님께 미안하고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썼다. 이어 "내 몸은 1200만원..."이라며 자신이 정리하고 남은 돈 1200만원을 아이들을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유족들은 이씨에 대한 무리한 감사가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포스코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씨의 동생은 "얼마나 힘들었으면 엄마도 없는 애들을 놔두고 죽었겠느냐"면서 "칼만 안 들었지 살인이나 마찬가지다, 자살이 아닌 타살이다, 감사했던 분들이 와서 해명하고 사과할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의 한 직원은 "연구과제 중 재료비 등 구매를 많이 한 직원들을 타겟으로 심도있는 감사를 진행했다"고 말했고, 또다른 직원은 "투서에 의한 조사도 아니고 범법자도 아닌데 금융거래까지 요구하는 등 고압적인 감사가 이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IST의 이번 감사는 5년마다 하는 일반감사였다. 자체 감사직원은 3명뿐이어서 인력이 부족했다. 한 관계자는 "정식 공문을 통해 포스코 정도경영실에 감사직원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RIST의 한 관계자는 "유족들은 경찰에서 조사한 이야기만 듣고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감사를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포스코 정도경영실에서 감사한 내용에 대해 RIST에서는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측은 유족들의 주장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면서 녹음을 하기 때문에 강압은 없었다"며 "이씨가 사망하기 전날인 16일 집에 따라간 것은 '늦어서 우리 집에 같이 들렀다가 저녁이나 먹고 하자'고 해 따라간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