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타르코스 영웅전>(지은이 플루타르코스 / 옮긴이 천병희, 2010) 겉그림.
도서출판 숲
카이사르와 부하 병사들의 관계가 어땠는지 카이사르 사후 100년 후의 그리스 역사가 플루타르코스는 그의 <영웅전>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카이사르는 군사들에게 충성심을 심어주고 호감을 사는데 남다른 재능을 갖고 있었다. 여태까지는 전투에서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군사들도 카이사르의 명예를 높여주기 위해서라면 저항할 수 없는 불패의 용사가 되었으며 어떤 위험이든 무릅쓸 각오가 되어 있었다. 예컨대 아킬리우스는 맛실리아 앞바다의 해전에서 적선에 올라가 오른손이 적의 칼에 절단되었음에도 왼손으로 방패를 거머쥐고는 적들의 얼굴을 후려쳐 마침내 적군을 모두 패주케 함으로써 그 배를 차지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천병희 옮김, 도서출판 숲, 152-3쪽)그러면 어떻게 부하들의 이런 충성심을 얻어낼 수 있었을까.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을 계속 살펴보자.
"첫째, 그는 아낌없이 보수를 주고 포상을 함으로써 그가 전쟁에서 부를 축적하는 것은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용감한 행위를 위한 공동 기금으로 잘 간수해두려는 것이며, 그의 몫은 그럴 가치가 있는 군사들에게 그것을 나눠주는 것 이상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둘째, 그는 모든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 어떤 노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54쪽)한 마디로 카이사르는 혼자 배불리 먹었던 것이 아니다. 전투 현장에서 혼자 안전한 곳을 찾지도 않았다. 솔선수범의 미덕을 보이면서 부하들로부터 진정한 충성을 얻어낸 것이다. 아무리 그를 미워한다고 해도 이런 미덕을 보는 순간 그에 대한 저주는 봄 눈 녹듯 사라진다. 플루타르코스가 전하는 바로는 이런 예도 있다..
"한 번은 행군 중에 그와 그의 측근들이 비바람을 피해 가난한 농부의 오두막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사람 하나 겨우 누울 수 있는 방이 하나밖에 없자 그는 측근들에게 명예에 관한 것들이라면 당연히 가장 강한 자에게 주어져야 하지만 꼭 필요한 것들은 가장 약한 자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나서 옵피우스더러 방에 누우라고 명령하고 자신은 다른 군사들과 함께 문간에서 잤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56쪽)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는 카이사르 이야기를 하다 엉뚱한 곳으로 빗나간다고 비판할지 모르지만 잠시 우리 이야기 좀 해야겠다. 내가 로마 문명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단지 로마의 옛날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과 함께 오늘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목적이다. 이것이 옛사람들이 말한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실천하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카이사르의 지도자로서의 덕성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카이사르는 자기를 희생할 줄 알면서 백성의 어려움과 즐거움을 자기 것으로 만들 줄 아는 공감의 미덕을 갖춘 지도자다. 이런 지도자가 백성과 함께하는 사회는 대개 그 사회에 다가오는 위난도 극복할 수 있고, 구성원 대부분이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지도자의 덕성은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중요시 할 수밖에 없다.
부의 철저한 사회환원 발렌베리 가문, 한국의 재벌에게 묻다오늘날 우리의 지도자들은 고락을 같이하는 이들에게 자기희생을 통한 감동을 주지 못한다. 재벌 회장의 영광은 수많은 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이뤄졌건만 그들과 동고동락하면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을 받으려는 회장들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최근의 동양그룹의 경우를 보자. 그룹 전체가 파탄 일보 직전에 처해 수많은 고객과 노동자들의 미래가 암담한 상황에서 회장의 부인이자 그룹의 부회장은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구좌에서 거액의 현금을 인출하고 동양증권 개인금고에서 현금과 금괴로 의심되는 물건을 가방 몇 개에 담아갔단다. 이게 우리 재벌의 현주소다. 고객이 죽든지, 자신의 회사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가 죽든지 그것은 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탐욕스런 재벌이다. 그 엄중한 순간에도 내가 먼저 살고 볼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몸소 실행했으니 말이다.
재벌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 말은 해야겠다. 재벌의 사회적 책임이다. 외국 이야기를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나의 소중한 경험을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지난 1년간 살아 본 스웨덴 이야기를 해보자.
오늘날 스웨덴은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이면서도 국가 경쟁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것을 '스웨덴 패러독스'라고 하는데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복지와 경제성장은 함께 가기 어렵다는데 말이다. 나의 관찰로는 여러 원인 중 하나가 우리와 사뭇 다른 역할을 해온 스웨덴 재벌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