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공동대표인 김준한 신부.
윤성효
대책위는 송전탑 반대에 나선 주민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대책위는 밀양시민단체인 '너른마당'에 상황실을 두고, 주민들과 연락하거나 기자회견을 열기도 하고, 주민들의 경찰연행과 병원 후송 상황을 파악해 대응하기도 한다.
김준한 신부는 "어르신들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대책위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어르신들을 대변하는 것이지 대신하는 것은 아니고, 어르신들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준한 신부는 최근 부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산·밀양을 오고 가면서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돕고 있다. 김 신부는 25일 한전, 30일 경남지방경찰청 국정감사 때 증인과 참고인으로 출석한다.
공사 재개 20일째인 21일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마을 도로에 있는 주민 농성장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어르신들까지 연행하는 경찰... 놀랍고 당황스러워"- 천주교 부산교구 소속으로 알고 있는데, 분위기는?"천주교 부산교구 남밀양성당에 있을 때 신자들도 한결같은 마음은 아니었다고 본다. 아무래도 불편했을 것이다. 성당 안에서 어느 부분은 소홀함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불편해 하는 신자들도 있었을 것아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제가 송전탑 반대 활동에 나서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드물었다. 부산교구의 신부들이 직접 저한테 항의하는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기본적으로 100% 동의한다고 말은 못하지만,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았다."
-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지 20일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에 대한 판단은."경찰이 지난 5월에 비해 그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주민들을 대하는 태도가 대단히 과잉진압하는 게 예상보다 심하다. 지난 5월에도 경찰이 있었지만 그래도 중립을 지키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국무총리실에서 어떤 명령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너무 심하다. 이렇게 경찰이 심하게 하기는 정말 드물 정도라고 한다. 주민들도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 처음에는 활동가만 연행하는 줄 알았는데, 어르신들까지 연행하는 작태는 정말 놀랍다. 당황스럽다. 그러나 주민들의 투쟁 현장은 생각보다 공고하다. 주민들은 힘들지만, 지금까지 못하겠다고 나오지는 않는다. 주민들은 나름대로 잘 버티고 있다."
- 지난 5월 상황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제일 큰 변화는 경찰의 물리력이다. 한국전력공사는 뒤로 빠지면서 주민들은 경찰과 직접 충돌하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이 힘들어 한다. 일부에서는 지친 모습도 감지되는 게 사실이다. 4개 면(산외·부북·상동·단장)의 대표자들이나 송전탑 반대 활동을 중심적으로 해온 분들은 그럭저럭 자리는 잡고 있어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 경찰에서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를 이끌고 있는 책임자들을 불법행위로 엮으려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지."저와 이계삼 사무국장은 공사방해금지 대상이 돼 있다. 저에 대해서는 경찰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획 수사를 하고 있는지 감지되는 것은 없다. 이계삼 사무국장은 이미 집시법 위반 등으로 해서 기소된 게 있는데, 상당히 의심 가는 부분이 있다. 경찰이 필요하다면 병합시키려고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대책위의 발은 묶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얼마 전 한 주민이 경찰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는데, 대책위 관계자들하고 연락을 했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핸드폰을 열람하려고 한 것으로 안다. 그렇게 해서 무리수를 던지려고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 지금 상황에서 물리적인 충돌을 피하면서 나름대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한전이든 정부든 극적인 타결 방안을 빠른 시일 안에 찾아내기는, 지금까지의 과정으로 볼 때 힘들다. 실마리를 푸는 게 중요한데, 우선 텔레비전 토론이 되어야 한다. 텔레비전 토론을 한다면 팽팽하게 맞설 것인데, 중앙방송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여론의 향방이 매우 중요한데, 텔레비전 토론을 하게 되면 어느 쪽이든 위험 부담을 안고 있다. 여론의 흐름에 따라 서로 대화의 장에 나올 수 있다고 본다. 한전이 논리적으로든 어떤 상황이든 자신이 있다면 텔레비전 토론에 나올 것이다. 이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텔레비전 토론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냈던 적이 있다. 물론 그것이 지방방송만 고집하는 바람에 되지 않았고, 지방방송만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텔레비전 토론을 한다면 그것이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한전은 텔레비전 토론 제안을 거부했는데."거부해야 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여론의 향방이 두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신고리원자력발전소 3호기의 부품 성능시험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한전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명분 없는 공사 강행에다 공사에 속도를 내는 것이 국민 앞에서 검증을 받게 될 것이기에 그것이 두려워 회피한다고 본다. 우리는 거듭 토론을 요구할 것이다. 공식적인 방법이든 아니면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서든 계속 요구할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송전탑 반대하는 것은 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