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지아 아이들유난히 더웠던 지난 여름, 수영장으로 피서를 가서 즐겁게 노는 아이들.
강세인
"돌멩이 하나를 온통 빨갛게 칠한 거야"인터뷰를 하다가 우리는 간간이 수업에도 참여했다. 자신의 10년, 20년, 30년 뒤의 모습을 그림이나 글로 표현하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진지하게 그림을 그리거나 그림 아래 꾹꾹 눌러가며 무엇인가를 적었다.
그런데 아이들 가운데 키가 제일 큰 아이가 자신의 미래를 발표하는데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자신의 미래 모습은, 알바하면서 집에서 빈둥거리며 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고서 아무렇지도 않게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 그 '키 큰 아이'에 대해 좀 듣고 싶어요. "아빠는 아빠답게 엄마는 엄마답게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우리 주변에는 그러지 못하는 가정이 꽤 있어. 키 큰 친구도 그래. 아이 아버지가 이런저런 일로 오랫동안 집을 비운 적이 있거든. 그 뒤에 그 가정이 어땠겠어. 처음 센터에 만난 그 가정은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복지가 그 가정에 투입되더라도 다시 설 수 있을까 싶었어."
- 그런데 어떻게 그 아이와 만나게 되었어요?"여수시청 희망복지팀과 여수교육청에서 돌봄 의뢰가 들어왔어. 그래서 우리가 먼저 가서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했지. 아버지는 안 계시고 집마저 비워주어야 하는 처진데 어떡해. 바자회를 열어 감자탕을 팔아 그 수익금으로 작은 아파트 보증금을 마련했고, 아이를 돌보기 시작한 거야. 그런데 동부매일 박완규 대표님이 나서서 300만 원을 지원해 주셔서 큰 힘이 됐어."
- 그런 환경이라서 아까와 같은 반응을 보인 건가요?"아이들은 그래. 주변 사람들이 직장에 다니는 걸 봐야지 나중에 자기도 어떻게 살 것이라는 구체적인 말을 할 수 있는데, 주변에서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어. 그러니 빈둥빈둥 노는 것밖에 생각이 안 난 거야.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서 아까 그 프로그램에서 그런 행동을 보인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