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이 내려앉은 구담마을의 섬진강
김종길
어디로 갈까? 그냥 섬진강을 따라 가자. 그렇게 한참을 갔다. 다리를 건넜다. 햇빛에 비친 섬진강은 푸르고 검었다. 가을빛이 내려앉은 강은 스스로를 무겁게 가라앉히고 있었다.
임실치즈마을에서 임실군 관광지도를 하나 달라고 했더니 계산을 하던 아주머니가 대뜸 말했다.
"임실에 구경할 만한 곳은 없는데요. 남원이나 담양으로 가시는 게 나을 거요."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임실치즈마을에서 이 정도의 관광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데 실소를 금치 못하고 결국 지도 한 장도 없다는 말에 씁쓸하게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임실에 왜 가볼 만한 곳이 없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사는 이의 생각이 그럴진대 외지인이 오지랖 넓게 간섭할 일은 아니다 싶기도 했다. 그래, 어찌 보면 좋은 일일 수도 있다. 적어도 이곳만큼은 사람들로 붐비지는 않을 테니까.
길 끝에서 만난 구담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