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일년 내내 생태공부를 합니다.격주로 한 번은 학교 뒷산인 화계사숲에서 생태 선생님과 자연과 생명의 변화를 공부하고, 매일 놀이시간마다 운동장을 누비고 텃밭을 돌보며 다양한 생명들을 만납니다. 이런 살아있는 체험과 공부를 교과서로 갈무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일 겁니다.
한희정
1. '시간적 기준'-'공간적 기준' 주제 선정. 억지스럽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주제는 시간적 기준에 따라, '학교'와 '나', '가족', '이웃', '우리나라'는 공간적 기준에 따라 다분히 자의적으로 선정된 주제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같은 계절은 우리나라에 사는 모든 어린이들이 느끼는 계절의 변화이지만, 학교와 나, 가족, 이웃을 넘어서서 '우리나라'라는 주제는 갑자기 너무 커진다는 느낌이 강하다.
봄을 배우는 4월만 봄이 아니라 3월, 4월, 5월 모두 봄이고, 6월, 7월, 8월 모두 여름인데
특정한 한 달만 그 계절을 주제로 공부를 한다는 것은 기계적인 배치이다. 교과서 구성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화분에 모종을 심거나 씨앗을 심는 활동은 4월 어느 날 해야 할 수업으로만 제시되고, 5월 가족에서도, 6월 여름에서도 4월 어느 날 심은 씨앗과 모종에 대한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놀이 활동도 주제에 꿰맞추기 위한 억지스런 부분이 많다. 특히 여름이라는 주제에 등장하는 '태풍 놀이'는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태풍이 발생하는 과학적 원리에 부합해서 만들어진 놀이도 아니다. 차라리 여름에 아이들이 많이 하는 전래 놀이나 몸놀이 등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학교와 나, 가족, 이웃은 아이들이 늘 경험하는 일상적인 공간 배치이다. 그래서 크게 거부감이 없지만 교과서에서 상정하고 있는 학교, 가족, 이웃이 너무나 피상적으로 제시되고 있어 아쉽다. 가족에 사랑만 있는 것은 아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고, 남들보다 집이 작고 지저분해서 부끄러운 일도 많은데 그런 것을 풀어낼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 크고 번듯한 집에 그럴싸한 가족의 사진만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라는 주제는 아직 아이들과 함께 공부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이해하면서 개념을 구성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교과서 구성만 보면 너무 진부한 느낌이 든다. 태극기, 무궁화, 애국가를 강조하는 학습은 국가주의적 패러다임에 물들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