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4개를 잃어버렸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1학기 1부터 50까지의 수를 배우기 위해 4월부터 틈이 날 때마다 아이들에게 연결블록을 10개씩 5묶음으로 나누어주고 맘대로 갖고 놀게 한다. 그리고 나서 마칠 때는 10개씩 5묶음으로 만들어서 정리하도록 한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4개가 없단다. 왜 그럴까? 그렇게 아이들은 체험 속에서 수학을 익혀간다. 쓰고 버리는 종이카드 만들어주지 말고 이런 교구를 사달라는 거다.
한희정
3. 스토리텔링이 대체 무슨 수학?새로 개정되는 교과서는 스토리텔링 학습법이 적용되어 아이들이 쉽게 수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보도 내용을 보면서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스토리텔링 수학'인가 싶었다. 이야기 수학이라는 우리말도 있는데 스토리텔링이라는 영어를 사용하는 것도 못마땅했고, 아이들이 이야기를 좋아하고,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고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지사이지만, 그것이 도대체 수학이라는 학문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것일까 싶었다. 물론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이 또 하나의 중요한 학문 분과로 대두된 지 오래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이 아이들이 지겨워하고 어려워하는 수학으로부터 아이들을 구원해줄 것이라는 착각을 양산하는 것은 분명한 왜곡이었다.
수학이라는 학문은 일상의 잡다함 속에서 모든 잡다함을 털어내고 수와 식으로 고도로 추상화하는 논리적 작업이다. 즉, 일상의 잡다함, 이야기가 들어설 여지가 없는 학문 분야이다. 그런데 그런 수학을 학습하는 데 이야기를 활용한다니 도대체 어떤 방식일까 싶었다. 교과서의 구성을 본 순간 파안대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 세계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인데 너무나 조잡한 이야기, 너무나 수준 낮은 이야기와 그림으로 아이들의 주목을 끌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이야기를 도입하는 방식 또한 이걸 수학이라고 해야하는가 싶을 정도로 조잡하기 그지 없었다. 아니 이런 이야기말고 아이들과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는 활동들이 너무나 많은데 이런 난삽한 이야기를 도입해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
예를 들어 수학 익힘책의 이야기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근간으로 수학적으로 재구성된 내용이다. 만화 형태로 제공되는 이 이야기는 읽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비중이다. 그 이야기 또한 학습 내용의 이해 여부와는 전혀 상관없이 읽어도 될 정도의 수준이다. 그런 수준을 갖고 스토레텔링 수학을 9시 뉴스에서까지 보도했다는 것에 놀랄 뿐이다. 1학년 1학기 '비교하기' 단원은 단원 전체가 이야기식으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여러 동물들이 소풍을 가는데 누가 넓은 돗자리를 가져왔는데, 누구 물병이 큰지 작은지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그런 수준 낮은 이야기로 단원을 구성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교실 안에서 다양한 물건들을 갖고 실제적으로 활동할 수 있고 개념을 학습할 수 있다. 그러한 수준을 스토리텔링 수학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해서 학부모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수학 교과서에서 배운 개념이나 원리를 일상 생활 속에 적용하기 위해서 단원 마무리나 도입부에 수학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얼마든지 유의미한 활동이다. 그러나 그런 방식은 어느 정도 추상화된 원리나 개념을 학습하는 중·고등학교의 학습에 더 의미있는 활동이다. 1학년 아이들이 배우는 수학적 개념은 오히려 일상적인 맥락들을 결합시켜서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자면, '사과도 다섯 개, 밤도 다섯 개, 자동차도 다섯 대이지만 그 크기나 모양은 다 다르지만 이것을 수학에서는 다 5라고 한다'라고 가르쳐야 하는 것이 1부터 9까지의 수에서 배워야 할 '자연수' 개념이다. 책도, 냉장고도, 필통도 다 다르지만 이것을 수학적으로는 상자모양(직육면체)로 추상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 수학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