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주라호의 힌두 사원
Dustin Burnett
지금은 스물두 개만 남아있는 사원에는 남녀 합일의 온갖 만상을 새겨져 있다. 그 열정, 혹은 집념과 오기가 엿보이는 진하고 적나라한 19금 조각상들이 옥수수알처럼 알알이 붙어있다.
남녀가 다정히 키스하는 모습부터 시작해 거꾸로 매달려 하는 모습, 여러 명이 하는 모습 등 다양하다. 그중에 제일은 말과 하는 모습이다. 그 옆에서 그것을 보는 여인이 부끄러워 눈을 가리고, 그 옆에 자위하는 남자가 있는 모습까지 참 디테일하다. 야동이 만연하는 온라인 세상에서도 보기 어려운 온갖 기괴한 모습들이, 이곳 카주라호에서 3D 영상으로 펼쳐진다.
평화주의자인 마하트마 간디조차도 "모두 불태워버리고 싶다"고 했을 만큼 적나라하고 야한 조각상들. 울창한 숲 속에 도착해 이 어이없는, 쓸데없이 디테일하고 황당하기까지 한 사원들을 발견한 영국 육군 대위는 얼마나 어안이 벙벙했을지. 사전에 가이드북의 소개와 사진 정보를 충분히 보고 찾아온 우리였지만, 카주라호의 사원들을 실제 눈앞에 두고 보는 우리의 마음 또한 벙벙하고 얼얼하다.
도대체 누가 무슨 심산으로 이런 짓(?)을 해 놓은 걸까. 이렇듯 모두가 궁금해할 만한 역사의 흥미로운 구석에 자료가 충분히 남아있을 리 없다. 카주라호의 사원이 왜 지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일부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합이야말로 신에 가까운 성스러운 완성을 의미하므로,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성행위를 묘사한 조각들을 새긴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학자는 카마수트라(남녀 모두 성적 만족에 이르는 길을 설명하는 4세기에 쓰인 교본)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성적 묘사를 보고서도 욕망이 분출되지 않는 금욕 수행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다.
일종의 잘 짜여진 사기극이라면 어떨까. '100년 동안 엄청나게 야하고 디테일한 아름다운 조각상을 세운 사원을 만드는 거야. 대신 기록 같은 걸 남겨선 안 돼. 천 년 후에 사람들이 발견하고서는, 외계인이 와서 세웠다느니 신에 대한 묘사라느니 하는 뚱딴지같은 소릴 늘어놓을 거야. 재미있지 않겠어?' 뭐 이런, 어처구니없는 대왕의 장난이라면 재밌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