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송은 어릴 적엔 회청색, 나이를 먹을수록 흰색을 띄는 희귀한 소나무다.
김종성
백송은 어릴 때는 거의 푸른 빛깔이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흰 빛깔이 차츰차츰 섞이기 시작한다. 점점 흰 얼룩무늬가 많아지다가 나중에는 거의 하얗게 된다. 사람이 하얀 머리가 나면서 늙어가듯, 백송의 일생은 이렇게 하얀 껍질로 나이를 표시한다. 노거수(老巨樹)란 말이 잘 어울리는 나무다. 백송이란 이름 외에 백골송(白骨松)이라고도 불리며, 한글전용을 하는 북한 사람들은 흰 소나무라 부른다. 토종 생물의 생태계를 뒤흔들 만큼 강력한 생명력을 가진 여느 귀화식물과 달리 백송은 생장력이 약해 인간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희귀식물이다.
백송은 북경을 비롯한 중국 중서 북부에만 자라는 특별한 나무다. 예부터 궁궐이나 사원 및 묘지의 둘레나무로 흔히 심었다고 한다. 현재 북경 계태사(戒台寺) 앞에는 당나라 초에 심었다는 나이 1300여년, 높이 18m, 둘레 6.4m에 이르는 거대한 백송이 자란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 중국에 간 사신이 갔다 올 때 가져와 심은 게 수백 년을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수령이 오래될수록 줄기가 하얗게 되는 백송은 10년에 겨우 50cm밖에 자라지 않을 정도로 생장도 느리고 번식도 어려운 희귀한 나무지만 초록 껍질을 하나씩 벗어가며 결국엔 흰 얼룩무늬로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나무다. 이렇게 자람이 늦고 흰 껍질이 독특해 웬만한 굵기의 백송은 특별 보호목이 될 정도다.
천연기념물은 순서와 중요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1호부터 10호 중에 여섯 점이 백송이란 사실은 그런 백송만의 특별한 속성을 나타내준다. 현재 남한에 다섯 그루, 북한은 개성에 한 그루의 백송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이들 중 충남 예산의 한 그루를 제외하면, 자라는 곳은 모두 서울 경기 지방이다. 중국 왕래를 할 수 있는 고위관리가 주로 서울 경기에 살았던 탓이다.
추사 김정희와 인연이 깊은 백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