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 민주당 의원(오른쪽 두번째)과 남호기 전력거래소 이사장이 4일 천안 후비 급전소에서 시험운전 중인 한국형 EMS(전력계통운영시스템) 운영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김시연
1000억 원을 들여 세계 5번째로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한국형 전력계통운영시스템(K-EMS)'이 외국 제품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정희 민주당 의원은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K-EMS 인터페이스가 미국 알스톰사 제품과 비슷하다며 '불법 복사'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전력거래소가 지난 2010년 개발한 뒤 시험 운전해온 K-EMS 원본 프로그램(소스코드)을 공개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정희 의원 "한국형 EMS, 알스톰 제품과 화면 구성 등 동일"EMS는 전국 발전기 상태를 실시간 감시하면서 각종 사고에 대비한 경제 급전 신호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으로, 미국, 독일 등 세계 4개국만 자체 개발했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2001년 미국 알스톰사에서 220억 원을 주고 EMS를 도입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지난 2011년 9·15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지난 4일 천안에 있는 전력거래소 후비 급전소에서 시운전 중인 K-EMS를 직접 돌아본 전정희 의원은 이날 두 제품 인터페이스 비교 화면을 통해 유사점을 지적했다. 두 제품간 화면 구성이 동일할 뿐 아니라 변수가 영어에서 한글로, 도형 구조가 가로에서 세로로 바뀌거나 색깔이 바뀐 것 외에 위치까지 거의 동일하다는 것이다.
전 의원은 "한국형 EMS 자동발전제어(AGC) 화면의 경우 색깔과 위치만 다를 뿐 기존 EMS 구성과 동일했고 발전기 운영 상황 화면과 발전기별 예비력 표시 역시 변수가 영어와 한글인 차이를 제외하곤 위치까지 모두 동일했다"면서 "'4초 신호 송출'과 관련된 발전제어기 조정 화면은 도형의 위치가 가로에서 세로로 바뀌었을 뿐 연산 내용과 과정은 똑같았다"고 지적했다. 또 알스톰 제품에서만 쓰는 'TED(tracking economic dispatch)'라는 용어도 똑같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정희 의원은 "알스톰 EMS의 원본 프로그램을 복사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런 화면이 나올 수 없다"면서 "한국형 EMS 개발에 관계된 연구기관이 총체적으로 기존 EMS의 원본프로그램을 복사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만약 두 개의 시스템 화면이 공개될 경우 복사된 의혹이 있는 관련 회사에서 곧바로 국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 "352억 원을 들여 K-EMS를 개발해놓고도 3년이 지나도록 상용화하지 못 하다가 다시 341억 원을 들여 차세대 EMS 사업을 발주한 것도 불법 복사가 들킬까봐 시간 끌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기술적인 사안이라 지금 대답하기 어렵다, 살펴보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