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나섰던 이상홍 경주환경연합 사무국장이 구속된 가운데, 전국 환경연합은 12일 오후 밀양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안당국은 환경단체 활동 탄압 중단하고 밀양 송전탑 공사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윤성효
공사가 재개된 2일부터 14일까지 주요 일간지는 밀양 송전탑 공사와 관련된 기사와 사설을 내놨다. 언론사마다 기사 방향과 논조에 차이를 보였다(표1 참조).
주요 언론사들은 갈등 대치 상황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그러나 같은 갈등 상황을 두고도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이 뽑은 제목과 조중동이 뽑은 제목은 서로 차이를 드러냈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맨몸 저항', '단식 농성', '쇠사슬 묶고 저항' 등 주민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나 주민들의 요구를 제목으로 뽑아 보도했다. 반면, 조중동은 이른바 '외부단체'와 '통진당 몰이'에 전념했고, '경찰폭행', '영장', '구속'이라는 제목을 뽑으면서 시위의 '폭력성'을 부각했다.(표2 참조)
조중동은 밀양 주민을 비롯한 대책위와 정부의 물리적 대치 상황만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외부세력이 주도해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도 반복해서 언급했다. 그러나 조중동에서는 정작 밀양 송전탑 공사재개로 인한 갈등의 원인이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조중동의 거짓말 ①] 주민 빼곤 전부 '외부세력'그동안 조중동은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제주해군기지 등 정부 정책과 주민들의 대립이 있는 현장을 보도할 때면 늘 '외부세력'을 언급했다. 정부 정책이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전체 국민에게 해당되는 일임에도 해당 주민들과 연대하는 시민들을 '외부세력'이라고 선을 그은 다음 맹렬한 공격을 퍼붓는 식이다. 한진중공업·쌍용차 사태처럼 사측의 '대량 해고'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공감하며 투쟁에 참여하는 시민 혹은 단체도 조중동은 가차없이 '외부세력'의 딱지를 붙였다. 어떤 때에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마저 '외부세력'이 되기도 했다.
조중동이 주장하는 '외부세력론'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대표적인 물타기 수법이다. '외부세력론'을 꺼내는 순간 정부 정책이나 기업의 경영 방식의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은 '외부세력'과 '내부세력'으로 나뉘게 된다. 직접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을 모두 '외부세력'으로 규정하고 '왜 외부세력이 개입하는가'는 프레임으로 몰고는 정치적 목적으로 사회갈등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는 형식이다. 또한 '내부세력'은 정부와 기업의 운영 논리를 자신들의 이익만을 앞세워 반대하면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게 하는 '집단이기주의 세력'으로 매도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 정책이나 기업의 경영 방식이 지닌 문제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생략된다.
'사회적 정의, 인간의 존엄성 등의 문제는 개인적 문제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조중동은 '외부세력'이라는 프레임으로 교묘히 가리고 있는 것이다. 흑인 인권운동을 벌일 수 있는 자격은 흑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존엄성에 공감하는 사람, 인종 차별이 사회적 정의에 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함께 나서는 것이다. 이렇듯 밀양, 제주해군기지, 한진중공업 등에서 정치·사회적으로 약자인 이들에게 연대 활동을 벌이는 것은 '외부세력'이라 공격하는 것은 권력과 힘을 가진 '강자'의 전형적인 논리이다.
[조중동의 거짓말 ②] "극렬 외부세력의 선동과 음모"?<조선일보>는 '외부세력'이라는 프레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통진당 몰이'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10월 3일자 1면 하단 '팔면봉'이라는 코너에서 "내란 음모 기소된 이석기 소속 통진당,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시위에도 등장. 또 무슨 음모가 숨어 있을 것"이라며 '통진당 몰이'를 시작했다.
이날 <조선일보>는 <밀양 송전탑 공사 막아선 통진당원들>(1면), <밀양 시위 70명 중 주민은 15명 가량… 나머진 통진당 등 외부세력>(8면)이라는 제목을 내놓으며 '통진당'을 유독 강조했다. 정작 기사내용은 통진당 당원이나 관계자가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에 연대하러 나선 것 외엔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
4일 사설 <밀양 송전탑 반대에 끼어든 통합진보당의 속셈>에서는 "구속된 이석기 의원이 소속된 통합진보당 세력이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시위의 주력 부대로 활약하고 있다고 한다", "(통진당이) 시위 현장을 주도해 자신들의 대한민국을 향한 공격 행위를 정권 반대 행위로 위장하고 반정부 세력 내부에서 자리를 굳히려는 전략"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국민은 통진당이 '분규 있는 곳엔 통진당 있다'는 식으로 모든 갈등·분규·충돌 현장에 출몰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바로 봐야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조선일보>가 시작한 '통진당몰이'에 7일부터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가세했다. 조중동은 지난 5~6일 '통진당원들이 마을에 구덩이를 파고 올가미 줄을 걸어 놓았다'고 일제히 사진기사를 싣고 통진당을 '극렬행동을 부추기는 집단'으로 매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