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9월 23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희훈
천주교회의 거센 저항에도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국정원의 여론조작과 연결지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온 교회가 궐기할 정도로 민주주의의 근간에 균열이 생겼는데도 사람들이 그다지 분노하지 않는 것, 또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는 것이야말로 심리전단의 일상적 활동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대선 댓글부대가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일상적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영혼을 감시하고 조작하고 통제하고 있다."끝으로 그는 시민들을 향해 "박근혜정부가 유신의 회귀가 되지 않고 건강한 정부를 탄생시키는 도약대가 되길 바란다면 약자들의 연대를 더욱 더 튼튼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래는 김인국 신부와 나눈 대화의 전문이다. 그와의 인터뷰는 지난 주말 옥천성당 내 그의 관저에서 약 1시간 가량 이루어졌다.
"박근혜는 거짓말쟁이... 천주교는 예민할 수밖에 없다"- 천주교회의 시국선언과 시국미사가 이어지고 있다. '사상초유'라는 말이 붙을 정도인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박근혜정부는 거짓말을 굉장히 많이 한다. 국정원의 선거 공작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인정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용납하면 사회 전체가 혼란스러워지고 삶의 기반이 무너진다. 천주교회가 이렇게 반응을 예민하게, 선도적으로 하는 데에는 거짓말이 얼마나 큰 악인지에 대한 감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천주교회 지도자들이 4대강 사업을 이례적으로 반대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4대강을 죽이는 일인데, 살리겠다고 말을 바꿔치기 했다. 우리가 보기엔 살아있는 강을 죽이는 일이었다. 생사를 두고 거짓말을 한 거다. 모든 거짓말은 생사의 운명을 뒤바꿔치기 한다. 그래서 악한 것이고, 가장 파괴적인 힘이 들어있는 것이다.
거짓말이 득세하는 시대다. 다 거짓말이다. 너무나 뻔뻔하다. 여기서 무력하게 주저 앉거나 숨어버리거나 물러나거나 하면 저쪽에서는 더 큰 자신감을 가지고 다 뺏을 거다. 때리고 뺏고 내쫓고. 유신시대 때 했던 짓이지 않나. 용납하면 안 되는 악이다."
- 대구교구가 시국선언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들었다."4대강 사업의 체험이 사회적 발언의 계기가 됐을 것이다. 익숙한 대자연을 빼앗긴 체험으로 인해 현장에 나가게 되었고. 거기서 기쁨을 얻었다. 소명도 확인하고, 성경도 다시 읽고, 신앙의 요청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알아 듣게 되고, 그런 것들이 확장이 돼서 국정원 대선 개입, 민주주의의 타락에 대해서도 교구의 의견을 내는 상황으로까지 나아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신부님은 지난 5년 내내 이명박 정권과 싸워왔다. 박근혜와 이명박 정부를 비교해보면 어떤가."이명박 정권의 연장이다. 차별성이 전혀 없다. 이명박 정권에서 하던 일들을 계속 하겠다고 하는 강한 의지가 드러난 부분이 국정원의 대선개입이라고 본다. 공작은 인위적 조작이다. 그런 억지를 부리고, 무리수를 둬서라도 하던 일들을 계속 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일이란 건 특정 계층에 의한 전면적 사유화다. 강이든 바다든 도로든, 사회 생활을 위해서 누구나 공유해야 되는 자원들을 전면적으로 사유화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관철시키려는 것이다. 그런 의지가 대선에서 드러난 것이기 때문에 이명박 정권 시절보다 더 무서운 때가 올 것이다."
- 야권에서는 박근혜 정부를 두고 '유신의 부활'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에 대해 국민이 얼마나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율도 비교적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고, 유신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도 많다."사람들이 유신의 부활에 대해 '글쎄'라고 주저하는 것은 자신감 때문이라고 본다. 정말 그런 어두운 시절로 돌아가기야 하겠느냐, 혹은 우리가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는 정도의 자신감. 다른 한편으로는 사실 사람들은 겁이 나서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말 유신시대가 다시 오고 있다면 사람들이 피곤해지지 않나. 일상에서 벗어나서 비상적인 상황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걸 피하고 싶은 거다. 그래서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민주주의 원칙의 파괴라는 점에서 명백한 유신의 부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