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 철밥통? 치워라 안 그러면 죽는다"

아모레퍼시픽 직원, 대리점주에게 폭언... '대리점 쪼개기' 협박도

등록 2013.10.13 14:05수정 2013.11.01 18:01
4
원고료로 응원
[기사 보강 : 13일 오후 7시 20분]

남양유업에 이어 아모레퍼시픽도 회사 직원이 대리점 쪽에 폭언을 하며 점포 운영을 포기하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특히 여기에는 일명 '대리점 쪼개기' 과정도 고스란히 담겨 있어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모레퍼시픽에 이 문제와 관련,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는 비판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13일 아모레퍼시픽 피해특약점(대리점)협의회로부터 전달받은 음성파일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아모레퍼시픽이 대리점들에게 매장 포기를 요구하며 협박에 가까운 말을 하고, 폭언을 한 정황이 상세하게 드러나 있었다.

2007년 3월 부산의 한 대리점주는 아모레퍼시픽 부산 A지점 영업팀장과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10년 동안 키워온 점포를 포기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사장님 철밥통이요? 공무원이요? 사업하는 사람이 공무원입니까? 내 분명히 이야기드렸지요. 능력이 안 되고 성장하지 못하면 가야지 어째하려고…공무원도 아니잖아요."

대화 내내 반말투를 쓰던 영업팀장은 '매출을 더 올리겠다'며 사정하는 대리점주에게 "그런 말 하지 말고, 쪽팔린다"며 "그만 두자, 아 XX, 드러버서!"라고 폭언을 했다. 그는 연신 "지점을 하고 안 되면 해주면 안 되나 새X야, 치워라 안 그러면 죽는다, 나이 마흔 넘어서 이 새X야 뒤지면 되나 안 되나"라는 등 협박에 가까운 말로 대리점 포기를 강요했다.

매장 포기 강요하며 '대리점 쪼개기' 협박... 공정위는 2009년 처벌 안 해


또 다른 피해자 B씨 역시 2009년 12월 만난 아모레퍼시픽 서울지역사업부 담당 직원으로 대리점 포기 요구를 받았다. 아모레퍼시픽 직원은 그에게 점포를 포기하지 않으면 가까운 곳에 영업장을 내고, 매장 직원들도 빼가겠다고 말했다. '대리점 쪼개기'를 하겠다는 뜻이다.

"만약 사장님께서 말 그대로 협조 안 해주시면, 물건은 안 나가고 인근에 영업장을 또 대는 거죠. 물건 없으면 중간에 카운슬러분(계산원)들도 일해야 하니까 중간에 선택할 수 있다는 정보를 제공하면 갈 사람은 가고, 나머지 사람은 남을 테고."


그는 '영업 매출을 올리겠다, 회사가 사람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냐'는 대리점주 B씨의 호소를 외면했다. 대신 "OO특약점에는 1월에 팀장이 가서 '마지막으로 6개월 시간 준다, 7월이 마지막 기회다'라고 경고하고 왔다"고 다른 매장 사례를 언급하며 재차 점포 포기를 요구했다. B씨는 "회사가 뚝 (물건 공급) 끊어버리고 카운슬러 버티면 빼간다고 하고, 그거는 사람 눈 막고 귀 막고 입 막고 즉사시키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끝내 매장을 잃었다.

그런데 공정위는 2009년 아모레퍼시픽의 대리점 쪼개기를 포함한 허위세금계산서 발행, 직원 감시, 특약점 해지, 밀어내기, 판촉물 투여 강요 등 여러 불공정 사례를 접수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가격할인 금지' 부당행위만 지적하고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을 뿐, 대리점 쪼개기 등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학영 의원은 "공정위의 2009년 조사는 아모레퍼시픽 봐주기가 의심된다"며 "갑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행위 정황이 드러난 만큼 공정위는 철저한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3일 오후 정호준 원내대변인 현안 브리핑으로 "녹취록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구조적인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앞장서 나가겠다"며 당 차원 대응방침을 밝혔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전국 '을'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도 10월 셋째주 중 아모레퍼시픽을 항의 방문,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등 직접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정무위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4일 손영철 아모레퍼시픽 대표를 10월 15일 열리는 공정위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첨부파일 A0001915507.docx
#아모레퍼시픽 #갑을논란 #대리점 쪼개기 #이학영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4. 4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5. 5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