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웨딩을 전문으로 해온 사회자를 당황시키는 일들은 예식이 시작돼도 찾아온다.
sxc
오랜 시간 웨딩을 전문으로 해온 사회자를 당황시키는 일들은 예식이 시작돼도 찾아온다. 웨딩홀 대관 시간은 평균 1시간. 그 중 30분이 되면 예식장 측은 사회자에게 빨리 식을 끝내라고 종용한다. 예식장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는 필자는 그 시간을 맞추려 최선을 다하고 협조를 하지만, "식이 많이 지연되었거든요. 이벤트 순서는 빼겠습니다"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예식장.
알았다고 시간에 맞춰서 끝내겠다고 이야기를 해보지만 "다음 식이 지연된다. 사진 제대로 못 찍으면 책임질 것이냐"며, 멘트를 하는 사회자에게 뒤에서 계속해서 압박을 가해온다. 오랜 경험이 있는 나는 그러한 말들을 적절히 무시하며 식 진행에 집중하지만 간혹 언성을 높이는 담당자 때문에 하객들의 시선이 사회자와 담당 스태프에게 쏠리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도우미가 없으면 예식이 안 됩니다.""식장 앞에 다과 세팅하시겠어요?""폭죽은 하셔야 돼요!"결혼식 10분 전, 어떤 예식장은 정신없는 신랑에게 다가가 이렇게 폭죽이나 다과 같은 옵션 상품 주문을 받는다. 사회자도 정신이 없어 이리 저리 뛰어 다니는 마당에 신랑은 오죽할까? 그래도 예식장 측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며 신랑에게 사인을 요구한다. 이 경우는 신부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꼼꼼한 신랑을 공략한다. 이리저리 악수하며 인사하는 신랑 옆에서 이런 저런 불안한 요소들을 언급하며 설득하는 직원의 모습을 보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하는 생각도 들지만 대다수는 사인을 해 버리고 만다. 신랑이 거절하면 담당 직원은 더 크게 불안감을 자극하고, 결국 신랑은 찜찜한 결과를 두려워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30만~50만원 하는 옵션을 그 자리에서 결정해 버린다.
신랑·신부가 모두 준비되었지만, 예식장 3중주가 들어오지 않아 결혼식을 시작하지 못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그에 대한 식장의 반응은 태연하다. 또는 예식장 측에서 오케이 사인을 잘못 줘서 문이 열렸는데도 신부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5분간의 정적이 흐른 뒤에야 신부는 입장했다.
케이크 커팅 밀고 들어오는 스태프... 좋은 예식장 고르는 법 결혼 당일, 이러한 예식장의 천태만상은 아무리 조심한다고 하더라도 계약 단계에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혹시나 이런 이야기를 온라인에 올리거나 하면 예식장 측에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을까봐 겁먹고 하소연도 못한다. 기분 좋은날, 불편한 부분들이 있어도 기분 좋게 마무리하려고 하는 신랑·신부의 마음 때문에 이러한 현실이 많이 알려지지 않기도 한다. 내가 사회를 본 결혼식 중에는 이러한 일들도 있었다.
- 무선 마이크 수신기가 불량하여 신랑·신부가 말 하는 내내 끊겨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사전에 없었던 케이크 커팅을 밀고 들어오는 스태프.- 시간이 지연되었다고 축가 말미에 음악을 꺼버리는 식장.간혹 내게 좋은 예식장을 고르는 방법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예식장을 계약하려고 하는데 어떤 곳이 친절하고 좋은지에 대해서. 전국의 예식장을 다니면서 느낀 점 하나는 바닷가든 강가든 나오는 회 종류는 다 같다는 것이다. 호텔이나 예식장이나 나오는 연어 맛은 같다. 유통 과정에서 음식을 담당하는 업체가 제한되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때문에 음식 맛을 두고서는 어느 곳이 월등히 좋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음식 맛처럼 예식장 시설의 차이도 큰 차이가 없다. 좀 더 화려하고, 고급스럽다고 선택했다가는 3중주에게 주인공의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결혼식장을 고를 때 스태프들이 일하는 표정을 보라고 이야기한다. 매끄러운 진행은 사회자와 스태프의 몫이다. 일하는 스태프가 짜증 가득한 표정을 품고 있는 이상 어떤 결혼식도 찜찜한 기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결혼식장은 '웨딩 공장'이라는 말이 있다. 한 시간에 하나씩 찍어져 나오는 공장. 조금 더 욕심을 부리려는 신랑·신부에게 예식장 측에서 야박하게 대하기보다는 좋은 날,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한다면 두 사람에게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4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