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만이 바라다 보이는 만덕산 중턱의 다산초당 ~ 백련사간 정다운 숲 길.
김종성
흔히들 '남도답사 1번지'로 부르는 전남 강진(康津 : 편안할 강, 나루 진)은 기름진 평야와 강진만(灣)이 유유히 흐르는 풍요로운 곳으로 말 그대로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고장이다. 내겐 만 원 한 장에 온갖 산해진미가 들어간 배부른 한정식 한상을 내줬던 인심 좋은 곳이기도 하다.
강진 땅에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1762∼1836)을 기억하게 만드는 곳이 있는 데 바로 푸근하고 정다운 느낌을 주는 만덕산(萬德山 408m)이다. 예로부터 야생 차밭이 많아 주민들이 다산(茶山)으로 불렀다. 바로 정약용 선생의 호가 된 이 산 중턱에 그가 유배생활을 하며 십 년간이나 살아갔던 다산초당(茶山草堂)이 있다(다산은 강진에서 총 18년간의 유배생활을 했다).
이때 산 중의 외롭고 고통스러운 유배의 나날을 함께 해준 이가 있었으니, 정약용 선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의 절 백련사의 학승(學僧)인 혜장(1772~1811)스님이다. 동백나무 숲이 아름다운 백련사는 다산초당에서 오솔길을 걸어 채 1시간이 안 되는 거리에 있다. 다산은 이슥한 밤이 되면 만덕산 자락에 자리한 백련사 혜장을 만나러 산길을 더듬어갔고, 혜장은 언제나 차와 따뜻한 마음으로 다산을 맞았다.
두 사람은 사상과 종교가 판이하게 달랐지만 진심 어린 마음으로 서로를 보듬었다고 한다. 이렇게 다산 정약용과 혜장스님이 도타운 우정을 나눈 이 오솔길이 다산초당-백련사간 숲길로 제 10회 '전국 아름다운 숲 대회'에서 어울림상(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강진군 버스터미널 앞에서 군내버스를 타고 10여 분을 달려 다산유물전시관 앞에 내리면 다산초당으로 오르는 들머리길이 나온다.
다산과 숲을 함께 만나는 탐방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