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래 작가의 2013년작 <내성천의 봄>. 배 작가는 이 작품이 “영주댐 공사로 모두 사라진 곳을 작품으로 만들었다”며 “폐허가 되기 이전의 모습을 기록하여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폭력성과 이기심을 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민규
다시 그때의 회상에 젖은 이들의 기분은 4대강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언급하는 부분에서 분노로 변했다. 달래씨는 "얼마나 더 많은 자료가 나오고 자연이 훼손되어야 인정을 하겠나"며 "위안부 자료가 쏟아져도 인정을 하지 않는 일본 정부와 도대체 다른 게 무엇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진아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녀는 "낙동강의 녹조현장에 가야지 한강에서 자기 라이딩하는 기쁜 모습 보여준다고 사람들이 속겠냐"며 "그냥 쥐 죽은 듯이 가만히 계시는 게 국민들의 기분을 이해해주는 방법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나절의 빗속 라이딩을 마치자 기자도 달래씨도 온 몸이 흠뻑 젖었다. 체력 부담이 클 수 있는 강행군이었지만 이들은 이날의 체험에서 얻은 게 많다고 했다. 파헤쳐진 강변과 사라진 은빛 모래밭 대신 황폐해진 벌판을 보며 커진 건 허탈함과 분노였다. 자매는 제대로 가지 못하는 세상에 침묵해서는 곤란하다고 입을 모았다.
퍼포먼스를 하고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이기 이전에 주부로서 달래씨는 교육으로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낙동강을 찾아 강의 아픔을 보고 토론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달래씨는 "그렇게 하면 아이는 내가 어떤 정체성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진아씨는 "만약 내가 일반 가정주부였다면 속으로 분노하면서도 그저 정수기 다는 것이 최선의 방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가진 사람들이야 전쟁이 나도 환경이 파괴되어도 도망 갈 수 있지만 우린 그럴수 없지 않나"며 "피한다고만 끙끙대지 말고 인터넷이나 집회에서 뜻을 지속적으로 전달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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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가수 배진아의 <나는 강이다> ⓒ 정민규
<나는 강이다>
내가 사랑이 없어 넘쳤겠는가, 내가 연민이 없어 메말랐을까..
너희는 언제부터 흘렀는지 모를 이 한줄기의 시작과 끝을 구분할수 있는가.
내가 올곧게 흐를줄 몰라 천년을 굽이쳐 흘렀겠는가
보이지 않는 흐름에 몸을 맡기고 말할수 없는 심오에 몸을 기댄 채
가지런히 흐르지 않을 뿐 다 기억하고 다 담고 있거늘
초대한적 없는 이들만 내 몸을 흔드네.
내게 잘못을 꾸짖고 있는가. 내게 무엇을 나무라는가.
내가 품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아낙네들의 삶을 또 누가 말할 수 있는가.
내가 올곧게 흐를 줄 몰라 천년을 굽이쳐 흘렀겠는가.
보이지 않는 흐름에 몸을 맡기고 말할 수 없는 심오에 몸을 기댄 채
가지런히 흐르지 않을 뿐 다 기억하고 다 담고 있거늘
초대한적 없는 이들만 내 몸을 흔드네
나의 깊은 맘도 모른 채 위한다 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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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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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래할 테니, MB는 가만히 있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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