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원 작가의 소설 <소원> 표지.
네오픽션
2008년 사건 당시, 뉴스를 통해 피해 아동이 얼마만큼의 큰 피해를 입었는지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알고 있기에 작가는 그 어떤 표현으로도 책 속에서 지윤이의 상처를 그려내지 않았다. '어디는 얼만큼 다쳤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 거예요' 식의 직접적인 언급은 부러 피했던 것이다.
다만 지윤이의 상처에 가정의 단란함이 파괴되고, 부모가 이혼 위기를 겪고, 아버지가 자살 결심을 하게 된다는 소설의 구조만을 강하게 표현할 뿐이다.
범인을 향한 분노는 지윤이의 가정에 감정을 열심히 이입한 독자들이라도 그 부모만큼 깊지는 않을 터. 작가는 그런 부모의 분노를 소설에서 주로 다루지는 않았다. 지윤이의 상처는 너무나도 아프지만, 살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함께 살아갈 날들이 무수히 많이 남았기에 어떻게든 일어나려는 가족의 의지를 그려냈다.
사건 이후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지윤 엄마의 모습. 남들은 '자식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한 나쁜 엄마'라고 손가락질 할 때도 '더 잘 할 거다. 무조건 우리 가정을 지켜낼 거다'라는 다짐을 통해 스스로 강인해지는 길을 택한 그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조두순 사건이라는 틀만 가져온 채, 피해 아동의 가정환경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그려내는 걸 택한 소재원 작가. 생활 환경이 어려웠던 실제 피해 아동의 가정 환경과는 다르게 일반적인 형편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가정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못살고 열악한 환경에서만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려던 게 아니었을까.
가난해서 만만한 사람들에게만 슬픈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잘 살고 행복하게 살아오던 사람들도 악마같은 사람들이 어느 순간 그 행복을 뺏어갈 수 있으며, 그러니 우리는 모두의 아픔을 제 것 마냥 보듬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싶었던 것 같다.
'○○○ 사건' 자동 필터링 안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