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시사거나하게 술에 취한 시사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노시경
고택 입구, 시사가 술을 마시고 있다. 술을 마시는 시사의 몸통 안에는 익살스럽게도 발기한 성기를 크게 붙여 놓았다. 이 시사들은 모두 술을 거나하게 마신 수놈임을 알 수 있다. 수놈 시사들은 술에 취해 알딸딸한 표정으로 만세를 부르고 있다. 기분 좋은 절정의 순간이 시사들의 표정에 그려져 있다.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시사들이 어떤 절정의 느낌을 만끽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히가 고택에서 아와모리를 사서 마시면 이런 표정이 된다는 것일까?
역사가 120년인 이 고택은 오키나와 본섬 남부의 난죠시(南城市)에서 옮겨 지어졌다. 난죠시는 오키나와 벼농사의 발상지였고, 술도 쌀로 빚으니 이 지역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술 문화가 발달하였다. 그래서 난조 지역에서 옮겨온 이 히가 고택에 오키나와의 술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어로 '아와'란 거품을 말한다. 찻잔에 담은 술의 거품인 아와로 알콜 도수를 확인했다고 해서 이 술 이름이 '아와모리'가 됐다. 류큐 시대의 전통 복장을 입은 직원들이 오키나와 전통술의 원료인 남방미와 함께, 이를 증류하는 방법 등 숙성법을 친절하게 소개한다. 아와모리 도기에 담긴 무색의 아와모리는 오키나와 유리 잔인 류큐가라스(琉球ガラス)에 담아서 마신다고 한다. 우리는 큰 술병을 들고 다닐 엄두가 안 나서 살짝 맛만 봤다. 맛은 우리나라 중국 요리집에서 맛볼 수 있는 고량주 맛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