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 서도. 녹산등대 가는 길
전용호
맑은 하늘, 반짝이는 햇살이 부서지는 바다, 흔들리는 배, 그리고 멀미. 거문도로 가는 길이다. 여수를 떠난 여객선은 나로도, 손죽도, 초도를 지나 망망대해에 떠있는 거문도로 향한다. 바다는 하얀 속살을 드러낸다. 배는 심하게 흔들린다. 기우뚱하기도 하고 놀이기구를 타듯 오르내리기도 한다.
거문도는 고도(古島), 동도(東島), 서도(西島)를 합친 3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예전에는 삼도(三島)라고 불렀다. 그 중 가장 큰 섬이 서도다. 서도는 서쪽에 있는 섬으로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모양이 애벌레를 닮았다. 지도상 길이가 9㎞ 정도다.
거문도를 오랜만에 다시 찾은 건 서도의 북단인 녹산에서부터 거문도등대가 있는 수월봉까지 걸어가 보고 싶어서다. 보통 거문도 종주라고 하는데, 서도 북단인 녹산등대에서 남단인 거문도등대까지 걸어간다. 걷는 시간을 계산해 보니 빠른 걸음으로 6시간 정도다. 잘 걸으면 첫배로 들어가서 오후에 나오는 배를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초원으로 이어진 녹산등대 가는 길여객선은 서도선착장에 들른다. 배에서 내리니 장촌마을이다. 바다가로 줄지어 서있는 집들이 마치 팔을 벌리며 반갑게 맞아주는 것 같다. 마을이 길어서 장촌(長村)마을이라고 했나보다. 배 멀미에 시달렸는지 땅에 발을 디뎌도 머리는 어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