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중인 오건호 위원장
박한창
국가재정은 국정운영을 위한 근본임에도 대중에게 익숙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에서 오래 근무한 담당관이나 전문가들에게도 난해한 분야다. 그러한 국가재정에 대해 큰 틀에서 종합적인 그림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오건호 위원장이다.
과거 심상정 현 정의당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그는 '맨땅에 헤딩'하다시피 1차 자료들을 기초부터 분석해, 통치의 기본 틀인 국가재정에 대한 개념을 진보적인 시각으로 정립했다. 지난 2010년 그 내용을 <대한민국 금고를 열다>라는 책으로 출판했다. 복지와 국가재정 문제를 일찌감치 천착해온 그는 오늘날의 복지 재원 논란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오건호 위원장은 먼저 여야의 복지재원 마련 방안이 모두 두 개의 '도깨비 방망이'에 기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대선에서 여권은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도깨비 방망이로 복지 재원을 충당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이번 기초연금 후퇴 사태를 통해 증명되었다는 것이 오 위원장의 지적이다.
야권은 지난 대선에서 'MB표 부자 감세 철회'라는 또 하나의 '도깨비 방망이'를 통해 100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오 위원장의 계산에 따르면 실제로 부자 증세를 했을 때 세입은 약 13조 원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재인 후보가 공약했던 55조 원(박근혜 후보는 30조 원) 규모의 복지공약을 실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 번 박근혜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부족하지만 감세기조를 처음으로 증세기조로 전환했다는 의미에서 큰 방향에서는 바람직한 결정입니다. 그런데 보수언론은 그렇다 치고, 증세를 주장해야 할 민주당이 옛날 한나라당식의 세금폭탄론을 들고 나온 것은 정말 어처구니 없습니다."아래로부터 시민증세 여론 형성되어야
그렇다면 그가 이야기하는 세원확보 방안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법정최고세율은 41.8%로 OECD 평균 42.5%에 거의 육박할 정도이다. 하지만 각종 세금 공제로 인해 실효세율이 낮아 실제로는 438조 원 중 37%인 162조 원만이 세금으로 징수되고 있는 현실. 이러한 현상은 복지의 부재를 세금 공제를 통해 채우는 지난 60년간의 관행 때문이라는 것이 오 위원장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러한 세액공제가 투자중심의 기업과 고소득층이 혜택을 받게 되는 역진적인 제도라는 것. 오 위원장은 "현행 공제제도를 축소하고 복지를 확대하고 동시에 법정 최고세율 인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부자 증세'를 이야기한다. 오 위원장은 "복지의 확대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보편적 증세가 동반되어야 한다"면서 "중산층부터 누진 동시 과세를 시작해야 부유층을 압박하며 부자증세를 할 수 있고, 또 그 효과도 극대화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오 위원장은 세금과 복지의 결합 형태인 복지에만 쓰는 세금, 즉 특수목적세인 '사회복지세'를 추가로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모든 세율구간에 20%씩 똑같이 증세를 함으로써 연간 20조 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고양이 목에 방울은 누가 달아야 할까? '증세=죽음'으로 인식하는 정치권이 먼저 이런 제안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오 위원장의 인식이다.
"특히 증세에 있어서 만큼은 정치인은 국민들의 반응자일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아래로부터의 시민증세 여론이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오 위원장은 매주 토요일이면 광화문 광장에서 '사회복지세 신설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때로는 땀을 뻘뻘 흘리며 인형 탈까지 쓴다. 또 풀뿌리 모임인 '사회복지세 도입 복지시민 네트워크'를 구성해 복지국가에 대한 인식 확산에도 주력하고 있다.
두 시간 동안 이어진 오 위원장의 강연이 끝나자, 최해연(28)씨는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치권에서도 이같은 논의가 확대되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진영(26)씨는 "그동안 세금 문제는 언론의 탈세 보도를 통해서만 알다 보니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며 "강의를 통해 세금이 왜 중요한지를 속속들이 알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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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감세 철회로 복지재원 마련? 어처구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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