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미녀 웃게 만드는 법, 돈이면 다 될까?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35] 買(살 매)

등록 2013.10.04 18:06수정 2013.10.0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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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買 살 매(買, m?i)는 그물 망(?)과 조개 패(貝)가 합쳐진 글자로, 귀한 물건을 그물질 하듯 거두어 ‘사들인다’는 의미다.

살 매(買, m?i)는 그물 망(?)과 조개 패(貝)가 합쳐진 글자로, 귀한 물건을 그물질 하듯 거두어 ‘사들인다’는 의미다. ⓒ 漢典


시장경제가 지배하는 현실을 살아가다 보면 하루라도 무언가를 사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드물 정도로 소비는 현대인의 일상이 되었다. 바버라 크루거(Barbara Kruger)의 작품 <나는 쇼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I shop, therefore I am)>에 충분히 공감할 정도로 소비는 우리에게 삶의 중요한 실존적 의미를 가져다주고 있다.

고대에도 돈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사려는 모습은 발견된다. 기원전 779년, 주(周)나라 마지막 왕 유왕(幽王)은 포(褒)나라에서 헌상한 절세 미녀 사(似)씨, 포사(褒似)에게 빠져 있었다. 그러나 포사는 늘 우울한 얼굴로 웃음이 없었다. 유왕은 포사를 웃게 하는 사람에게 천금의 상을 내린다고 했으나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융(西戎)족이 쳐들어온다는 봉화가 피어오르자 궁내의 신하들이 허둥대는 모습을 보고 포사가 웃었다. 이후 유왕은 포사를 웃게 하기 위해 봉화놀이를 즐겼다.

주나라는 이 봉화놀이에 빠져 정작 서융족의 침입에도 아무 대비를 하지 못하다 결국 망했다. <열국지(列國志)>에 나오는 '천금매소(千金買笑)'의 고사다. 돈으로 억지웃음을 사려던 유왕의 어리석음이 왕조의 멸망이라는 후과로 이어진 셈이다.

살 매(買, mǎi)는 그물 망(网)과 조개 패(貝)가 합쳐진 글자로, 귀한 물건을 그물질하듯 거두어 '사들인다'는 의미다. 반의어인 팔 매(賣, mài)는 나갈 출(出)과 살 매(買)가 결합한 것으로 산 물건을 가지고 나가서 '판다'는 의미가 되었는데 '出'이 '士'의 형태로 바뀌어 굳어진 글자다. 우리말에서는 흔히 '사고팔고' 라고 하는데 한자로 '매매'는 '賣買'이므로 '팔고 사고'가 되는 셈이다. 중국어에서는 장사하는 의미로 '買賣(mǎimài)'가 사용되지만 우리나라 한자에서는 일본어의 매매(賣買)를 받아들여 사용하고 있다.

사람의 장기, 난자가 매매되고, 기여입학제가 허용되며, 대리모가 아이까지 출산해주는 자본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과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마이클 샌델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錢買不到的東西)>에서 자발적인 합의에 의한 거래라고 하더라도 성, 출산의 권리, 신체 장기 등을 돈으로 사고파는 것은 분명 인간 본연의 가치를 변질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온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랑, 생명, 사상, 영혼 등의 정신적인 가치들 만큼은 시장이 윤리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닌 수단임을 인지해야만 한다. 

전국(戰國)시대 정(鄭)나라의 어떤 사람이 신발을 사려고 먼저 자기의 발 크기를 쟀다. 그런데 깜빡 잊고 발 치수 잰 종이를 놓고 시장에 간 것이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그 종이를 가지고 다시 시장에 갔으나 시장은 이미 문을 닫았다. 어떤 사람이 직접 신발을 신어보고 사면 될 것 아니냐고 하자 그는 "발 치수 잰 것은 믿어도, 어찌 내 발을 믿을 수 있단 말이오?"하고 대답했다.

'정인매리(鄭人買履, zhèngrénmǎilǚ)'의 고사로 <한비자(韓非子)>에 나온다. 현실을 무시하고 교조주의적 공리공담(空理空談)에만 사로잡힌 당시 시대상을 풍자한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작 소중한 자신의 주체적 가치를 잃어 버리고 '돈'과 다른 사람들의 가치만을 흉내 내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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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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