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들판황금들판, 이 속에 들어있는 땀방울들이 기억되는 세상이면 좋겠다.
김민수
물골에서 나와 물골 할머니의 큰아들이 살고 있는 원주 소초면으로 향했다. 그곳에도 황금들판이 펼쳐져 있다. 벼를 벨 시간이 없어 그냥 논째 넘길 예정이라고 한다.
자기가 농사를 진 것을 먹는 것이 아니라 돈을 받고 팔고, 그 돈으로 다시 남이 농사지은 것을 사서 먹는 현실이 당혹스럽다. 그만큼 농사져서 남는 것이 없다는 증거기도 하고, 농사만 져서는 먹고 살 수 없는 농촌의 현실을 보는 듯하여 마음이 짜하다.
애써 거둔 고구마와 토란을 맛이나 보라며 주섬주섬 싸서 건넨다. 물골에 있는 벼는 아버지가 지은 마지막 농사이니 잘 거둬서 어머님 드시게 할 예정이란다. 심은 분은 갔어도 벼는 야속하리 만큼 잘 익었다며 올해는 풍년이라고 한다. 풍년은 풍년인데, 농사란 게 돈이 안 된다며 한숨을 쉰다.
벼를 벨 때 다시 한번 물골에 들를 수 있으면 좋겠다. 서걱거리며 베어지는 벼, 베어질 때의 풀향기, 잘 마른 벼를 탈곡기에 털며 발을 구를 때 규칙적으로 들려오던 탈곡기의 소리, 도정하여 첫번째로 지은 윤기가 자르르한 쌀밥.... 그 작은 것들로도 행복충만했던 시절은 다시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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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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