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종 없다더니... 골프장 부지에서 '금개구리' 발견

등록 2013.10.01 14:47

수정 2013.10.01 14:47

▲환경연합 등 44개 시민단체가 모인 김포공항습지매립반대 공대위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습지에서 금개구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유성애

한국공항공사가 '희귀종이 없는 환경 훼손지'라며 골프장 건설을 추진해온 서울시 강서구 오곡동 김포공항습지일대에서, 지난달 12일 희귀종이자 멸종위기생물인 금개구리 9마리가 발견됐다.

서울환경연합 등 총 44개 환경·시민단체로 구성된 '한국공항공사 김포공항습지매립반대·골프장사업백지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1일 오전 11시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공대위는 지난달 12일 오전 골프장 예정부지인 김포공항습지일대를 찾아가 현장 조사한 결과, 약 3시간 만에 한국희귀종인 금개구리 9마리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금개구리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개체수가 현저하게 감소해 가까운 장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생물이다.

박재선 생태보전시민모임 국장은 "지난해부터 계속 해당 부지의 자연성 조사를 해오던 중 주민 제보로 이를 발견하게 됐다"면서 "표본조사일 뿐인데, 약 세 시간 사이에 금개구리가 9마리나 발견된 것은 이례적이라, 환경부의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서울에서 금개구리 울음소리가 청취되었다는 기록은 있지만 직접 발견된 것은 최초"라면서 "해당 습지에 법적보호종이 서식하는 만큼, 환경부는 생태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국토교통부·한국공항공사는 김포공항 골프장 조성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서울환경연합 등 김포공항습지매립반대 공대위가 지난달 12일 조사에서 발견한 금개구리. 금개구리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다.서울환경연합

공대위는 또한 지난해 환경 전문가들과 함께 조사한 결과, 골프장 건설부지인 김포공항습지에서는 잿빛재두루미와 쇠부엉이 등을 비롯해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총 30여 종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공항공사가 지난 2005년 9월 작성한 사전환경성검토서에서 "해당 예정부지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야생동물 및 보호종은 서식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명시한 것과는 다른 부분이다.

이세걸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은 "2004년부터 추진된 골프장 사업은 매해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들이 문제 삼았던 부분이었고 중간에 흐지부지돼서 주민들도 상당부분 취소된 걸로 알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2011년 사업 관련 심의자료를 보면서 이것이 물 밑에서 계속 추진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이어 "공기업인 한국공항공사가 영리사업이 목적인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는 것부터가 근본적인 문제"라면서 "지난해 발견된 보호생물 30여 종과 이번에 발견된 희귀종을 볼 때, 해당 습지는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하므로 골프장 건설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오는 2015년까지 예산 1320억 원을 들여 김포공항근처인 서울시 강서구 오곡동 일대와 부천시 오정구 고강동 부지 99만5천여㎡에 27홀 규모의 대중 골프장을 만들 계획이다.

공항 내 시설관련사업을 담당하는 한국공항공사 세션사업팀 함영주 팀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환경영향 조사를 할 때는 농사를 했던 시기라 농약도 뿌리고 했기 때문에 보호종이 나타나지 않았을 수 있다"면서, "보호종이 발견됐다면 그에 따른 보호대책을 잘 마련해서 사업을 수행하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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